시립도서관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김성식(조선이공대학교 교수)

지난 여름 비가 많이 내리는 이른 아침 순천 호숫가를 걷다 그 끝자락에 있는 조례호수도서관을 들르게 되었다. 호수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는 도서관의 모습이 너무 좋아 자연스럽게 발길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책을 보거나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도 좋았지만 분위기에 맞게 잘 갖추어진 비품들 또한 아주 세련되어 보였다. 우선 이렇게 아름다운 호숫가에 도서관을 지을 계획을 한 사람들에게 무척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평소 도서관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그러한 분위기 때문에 도서관을 찾게 될 것이고, 자주 찾다보면 책을 좋아하고 문화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문득, 교환교수로 가 있었던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해안가에 있는 뉴브라이튼 라이브러리가 생각났다. 태평양 바닷가 백사장 가에 2층으로 지어진 자그마한 도서관인데 바닷가로 향한 창문은 전부 통유리를 설치해 파도가 치는 바닷가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창가에는 안락의자를 놓아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 수 있도록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연을 함께 벗할 수 있는 관경을 제공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젊은 사람도 많았지만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도 도서관의 분위기 속에 빠져있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그곳의 도서관은 공부하는 사람만이 가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사색을 할 수 있고 마음을 쉴 수 있는 문화공간이었다. 같은 공간 내에 작은 카페를 마련하여 커피나 빵을 먹으면서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것이 일상화 된 그들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었다.

두 곳을 생각하며 광주의 도서관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에는 공공도서관 23곳(시립 3곳, 구립 14곳, 교육청 6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구립도서관 2곳(서구, 북구지역)은 건립 중이며, 서구와 광산구에 공공시립도서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서구지역 시립도서관은 지난 2016년 폐쇄된 상무소각장 부지를 활용해 현재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절차를 진행 중이고, 광산지역 시립도서관은 하남역 인근 교통광장을 활용해 올 하반기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절차에 착수해 2개의 시립도서관 모두 2022년까지 사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부지선정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도서관은 접근성도 용이해야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곳의 도서관처럼 그곳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서구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풍암저수지 주변에 도서관을 짓는다면 얼마나 멋질까라는 생각을 자주 해보았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운치로 가득한 공간이 될 것이며 시민들 또한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을까 싶다. 광산구는 영산강이나 황룡강, 극락강 중 분위기가 좋은 곳을 골라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사실 우리나라는 2016년 말 기준 공공도서관 수는 1010개로 지난 5년 사이에 28%나 증가했지만 선진국 대비 격차는 아직도 큰 편이다. 공공도서관 1관 당 인구수는 5만1184명으로 독일의 1만595명보다 5배나 많다. 즉 인구 비례로 도서관 수가 독일의 5분의 1에 그치는 실정이다. 광주시는 전국 평균보다 더 높은 1관 당 인구수가 6만 3640명으로 앞으로 9개의 공공도서관을 신설하여 1관 당 4만 5000명을 달성하기 위해 민선 7기 조직 개편에서 ‘도서인문학진흥팀’을 신설하였다고 하니 그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의 생명은 건물보다 그 운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서관은 우수한 인재양성 및 시민의 지식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콘텐츠 구축의 구심점 역할과 시민들의 여가 및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문체부에서는 이용자 만족도, 도서관 경영, 인적 자원, 시설환경, 정보 자원, 정보서비스 등 영역별 정성평가를 실시해 매년 우수 도서관 표창을 하고 있다. 올해에도 2399개관이 참여하여 48개관이 대통령 표창을 비롯하여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하였다. 공공도서관은 1006개관이 참여하여 23개관이 우수 도서관으로 표창을 받았으나 광주?전남에서는 공공도서관을 비롯하여 학교도서관 역시 한 곳도 수상하지 못한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금년 3곳의 광주시립도서관은 총 2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직도서관이 ‘찾아가는 장애인 구연동화’ 등 17개, 무등도서관이 박완서 ‘『그 남자에 집』 낭독 공연’ 등 10개, 산수도서관이 ‘책 읽는 부모 아카데미’ 등 2개의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문화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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