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할머니 평생 모은 1억 장학금 쾌척 ‘화제’

함평 해보면 김정순씨, 전남대에 기부 ‘훈훈’

“배움 깊은 한·응어리 이제야 풀었다”웃음
 

전남 함평에 거주하는 김정순(오른쪽) 할머니가 노점상을 해 어렵게 모은 1억원을 지난 6일 전남대학교 정병석 총장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한 뒤 감사패와 꽃다발을 받고 밝게 웃고 있다. /함평군 제공

“젊어서 못 배운 게 한에 맺혀서…”

전남의 70대 할머니가 노점상으로 어렵게 모은 1억원을 대학 장학금으로 기부해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함평군 해보면에 거주하며 광주 상무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정순(73)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

김 할머니는 지난 6일 전남대학교를 방문해 정병석 총장에게 장학금 1억원을 전달했다.

22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슬하의 2남2녀를 홀로 키워낸 김 할머니는 함평에서 농사를 짓다, 7년 전부터 광주 상무지구 길거리에서 고구마를 팔며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했다.

노점이 조금씩 자리잡으면서 늙은 호박, 깨, 양파, 고추, 대파, 콩 등 보따리 수도 함께 늘었다.

매주 금요일 장이 서는 광주에 가기 위해 함평에서 버스를 탈 때면 온갖 짐 때문에 버스기사의 구박도 들어야 했지만 차비 500원을 아끼려고 환승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에도 자신보다 더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꾸준히 돈을 모아왔다는 김 할머니는 “어릴적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배움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컸다”며 “나 같은 학생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년에는 꼭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전에도 해보면 마을에서 의대에 진학한 한 대학생의 등록금을 6년간 지원하기도 했다.

남을 돕는데는 앞장서지만 정작 김 할머니의 집에는 그 흔한 보일러도 핸드폰도 없다. 깻대처럼 밭농사에서 나는 부산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산다.

이날 김 할머니는 1만원짜리 현금뭉치와 1천만원짜리 수표를 야채 담는 파란색 비닐봉지에 담아왔다.

돈 봉투를 건네고서야 “이제야 비로소 배움에 대한 깊은 한과 응어리를 풀게 됐다”며 웃음지었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은 “시장에서 어렵게 모은 1억원을 흔쾌히 전달한 어르신의 주름진 손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어려운 학생들에게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김 할머니가 기부한 1억원을 함평 출신 성적 우수학생 4명을 매년 선정해 300만원씩 장학금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함평/이경신 기자 lk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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