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텅 빈 상가엔 ‘매매 ·임대’현수막 곳곳 수두룩

입주 상가도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손님발길 ‘뚝’

주변 상권 침체·자영업 위기·도시 활성화 요원

텅 빈 건물에는 ‘매매나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지난 2007년 첫 삽을 뜬 광주·전남공동(빛가람) 혁신도시는 한국전력 등 15개 주요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신축 상가 등이 들어서면서 한적하던 시골 마을은 고층 건물 군락단지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빛가람 혁신도시의 인구가 3만명을 돌파함에 따라 당초 목표로 내세운 오는 2020년까지 2만 세대, 인구 5만명의 자족도시 건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빛가람 혁신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희망보다 불황의 그림자가 더욱 짙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혁신도시 조성 이후 공급 과잉으로 상가 공실률 증가, 상권 침체, 도시 활성화 요원이라는 악순환만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은 혁신도시의 현실은 적막감만 감도는 ‘유령도시’라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8일 취재팀이 둘러본 빛가람동 주민센터 주변 상가는 평일 한낮에도 활기라곤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침 이날 흐린 날씨에 가을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서 혁신도시 전체가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말끔히 지어진 건물 곳곳의 상가는 비어있었고 ‘매매’, ‘임대’라고 써 붙인 현수막만 눈에 띄었다.

우정사업정보센터와 국립전파연구원 주변에 위치한 8층 규모의 상가 건물은 전체 상가 중 단 2개를 제외하곤 모두 공실로 남아있을 정도다. 인근 대규모 상가 건물의 경우 국내 메이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입점했지만 2층 안쪽 상가들은 대부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 비어있는 상태다. 심지어 몇몇 상가 건물은 1층 부동산 중개업소를 빼곤 완공 이후 지금까지 모두 공실로 비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빛가람 호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한전 등 전력 공공기관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 빛가람 혁신도시의 메인 상권인 이곳은 은행, 음식점 등 각종 상가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상가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만 나부끼고 있다. 새 건물이 늘어선 화려한 외경에도 불구하고 곳곳이 공실이다.

부동산업계는 빛가람 혁신도시의 상가 공실률을 70% 정도로 보고 있다.

상권이 좋지 않은 곳은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이른바 ‘렌트 프리’혜택을 줘도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공실인 곳도 수두룩하다”며 “임대료도 높게 형성된 탓에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의 공실률 증가는 결국 주변 상권 침체와 자영업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매장은 비싼 임대료에도 매출은 턱없이 적어 개점과 동시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빛가람 혁신도시 한 상가 건물에서 만난 식당 주인 박모(53)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박씨는 점심시간인데 식당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묻자 “우리 가게 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더는 버틸 힘을 잃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올 초 개업 때는 주방과 홀에 종업원이 2명 있었지만 지난달 모두 내보냈다”며 “겨우 버티다 임대료조차 내기 어렵게 돼 결국 1년만에 문을 닫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한 상가 카페 주인 김모(49)씨는 “상가에는 가게 문을 연지 2~3개월도 못 버티고 간판을 내리고 ‘임대’안내판이 붙은 곳이 늘었다”며 “매월 가게 임대료를 내지 못할 만큼 어려운 점포도 부지기수”라고 털어놨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빛가람혁신도시의 상권 안정화까지는 수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같은 진통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김종일 광주전남연구원 사회환경연구실장은 “혁신도시 활성화 요인이 반영되지 않으면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주민들의 정주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서 상권만 좋아지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구가 크게 늘지 않으면 교육, 의료, 쇼핑시설이 들어올 수 없게 되고, 사람과 기업들은 정주 여건이 불편해 입주를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혁신도시의 성패는 정주환경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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