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광주·전남 이주민 인권평화 축제 이모저모>
 

11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제1회 광주·전남 이주민 인권평화축제’가 열렸다. 이날 각국 참가자들의 전통의상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몽골 이주민들이 요리경연대회에 참가해 자국의 음식을 만들고 있다.

◇광주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아라

이번 축제의 백미는 단연 ‘요리경연대회’였다. 베트남과 몽골 등 8개국이 참가한 이번 요리경연대회엔 축제 외빈으로 참석한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서삼석 국회의원 등과 광주시민들이 직접 각국의 요리를 맛보고 가장 입맛에 맞는 요리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요리경연대회엔 베트남 ‘쌀국수’와 태국 ‘팟타이’, 우유와 설탕을 섞어 만든 인도 대표 디저트 ‘키튼’, 닭고기가 주요리인 파키스탄 ‘케밥’, 콜라에 닭을 졸인 중국 ‘콜라 치킨’, 소고기로 속을 가득 채운 몽골 ‘고기만두’, 각종 채소로 맛을 낸 캄보디아 ‘국수’ 등이 선수로 등장해 최고의 맛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경연대회가 마무리될 즈음 점수를 알리는 스티커판엔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쌀국수와 팟타이에 많은 표가 쏠려 있었다. 콜라와 치킨 조합, 중국 ‘콜라 치킨’도 달짝지근한 맛에 의외의 선전을 거뒀다. 이날 요리경연 대회에 참석한 박상옥(56·광주 동구)씨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한 자리에서 먹어볼 수 있어 좋았다”며 “마침 점심시간이 가까워 배고프던 참이어서 그런지 포만감이 있는 몽골식 고기만두가 끌려 몽골에 한표 찍었다”고 말했다.
 

각국 전통의상 패션쇼에 참가한 베트남 이주민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조국의 자존심을 건 패션왕 대결

이주민 인권평화축제엔 각국의 화려한 전통의상들이 등장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주민들은 축제 전 고국에서 특별히 공수해온 전통의상을 한껏 차려입은채 무대를 거닐었다.

전통의상 패션쇼에 참석한 중국팀은 옛 중국 황실에서 입던 금빛 의상부터 치마에 옆트임을 내 여성미를 강조한 원피스 형태의 치파오까지 다양한 전통의상을 선봬 축제 참가자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특히 태국팀은 늦가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맨발에 트렁크와 장갑만 착용한 채 격투기 ‘무에타이’ 의상을 선보여 화재를 모았다.

일본팀도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로 단아하고 절제된 일본식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형형색색의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고 무대에 오른 베트남팀은 남성 관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중국 대표로 참석한 송은아씨는 “이번 패션쇼를 위해 두달여전부터 특별히 중국에서 각종 전통의상들을 공수해 왔다”면서 “치파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중국 전통의상을 광주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도 중국팀의 패션쇼에 크게 호응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김성의(오른쪽) 남도일보 사장이 캄보디아인 임시넌 씨에게 국회의원상을 시상하고 있다.

◇사진으로 만나는 고려인들의 삶

축제장 한 켠에는 강제이주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고려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사진전도 진행됐다. 이번 사진전엔 1860년대부터 시작된 고려인의 이주 역사와 이주 과정, 1930년대 강제이주 경로 등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됐다. 특히 그 당시 고려인들의 모습과 생활상 등이 사진으로 보여져 아직도 고려인에게 생소한 시·도민들에겐 역사교육의 장이 됐다.

특히 이번 사진전에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광주 고려인들의 모습도 전시돼, 우리 이웃인 고려인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아이와 함께 사진전을 본 김진영(46)씨는 “고려인이라는 말을 여러번 듣긴 했지만 실제로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는 지는 전혀 몰랐었다”며 “이번 사진전을 계기로 광주에 고려인마을이 있다는 것도 알게됐을 뿐 아니라 우리 동포들이 강제이주 등 참으로 아픈 역사를 간직했다는걸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K-POP 경연대회에 참가한 이주민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오금택(왼쪽) 남도일보TV 사장이 인도인 바를 씨에게 국회의원상을 시상하고 있다.

◇고국의 청년들 찾은 캄보디아 민주인사

이날 축제엔 캄보디아에서 특별한 손님도 찾아왔다. 바로 캄보디아 훈센 정권의 32년 독재정치에 맞서 민주화를 외치다 옥고를 치른뒤 최근 석방된 메잇 쏘반나씨가 그 중인공. 메잇 쏘반나씨는 정치범으로 몰려 4년간의 옥고를 치르다 한 달여전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석방된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민주 인사다.

메잇 쏘반나씨는 이번 축제에 참석해 광주에서 근무하는 캄보디아 청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한편 지난 7월 훈센 정권의 독재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연 데 대해 재한 캄보디아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현했다. 캄보디아인들은 멀리 고국에서 찾아온 귀한 손님인 메잇 쏘반나씨와 기념사진 등을 촬영하며,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이 민주화를 위해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옛 전남도청 앞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염원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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