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지능
이재남 <광주광역시교육청 정책기획관>

보편적으로 한 사회의 수준은 그 사회의 소수나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회적 갈등은 소수나 약자, 이질문화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놓고 발생한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잘사는 나라들도 이민정책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문제의 해결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대형 총기살인사건의 경우는 종교나 인종의 문제가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더 세부적으로 성평등, 차별, 소득격차 등을 들 수 있다. 그 사회의 ‘문제해결능력’의 핵심 요소는 ‘다름’을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우리는 그것을 ‘인권감수성’이라고 한다. ‘차별’과 ‘차이’를 구별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모든 나라는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인권감수성이 높지 않는 사회는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인권의 문제를 좀 더 생활적으로 풀어보면, 인권이란 ‘어쩔 수 없는 것들을 대하는 태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람의 키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다. 남들보다 눈이 작고, 허리가 튼튼한 것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것이다. 곱슬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것이다. 말을 더듬고, 걸음걸이가 팔자이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 것도, 보리밭만 가도 취하는 것도 모두 부모님이 주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차별받거나 편견을 가지고 대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왜냐면, 그런 태도속에 무서운 갈등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거나, 사회문화적으로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조건들을 존중하고, 다양성으로 이해 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성숙한 사회가 된다. 다름은 차별의 조건이 아니고, 축복의 대상이다. 우리가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들을 가득 안고 비교 불가능한 절대적 존재로 세상에 태어난 까닭이다. 주변의 다양한 현상들을 대할 때 저것이 타고난 요소가 더 많은지 후천적 요소가 더 많은지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금방 보기에는 비호감적 요소이지만 타고난 요소가 더 많다는 것을 많이 발견하고, 존중해 주는 집단이 더 성숙한 조직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지능’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날까? 아니면 후천적인 것일까? 이 문제는 교육학의 핵심문제다. 지능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는 한 교사가 교육관을 형성하는대 중요한 원천이 되고, 교직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의하면 초기에는 지능이 선천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인종이나 가계에 따른 저능아 논란이나 IQ 등으로 등급을 매겨서 지능을 판단했다. 점차 지능에 대한 결정론적 태도의 경직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이 나타났고, 피아제와 같은 발달론적 관점이 힘을 얻었다. 지능은 개발하기 나름이다는 논리다. 최근에는 지능이 유전과 같은 숙명론적인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발한다고 해서 무한히 개발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지능의 색깔이 다르다는 특성론이 힘을 얻고 있다.

가드너라는 지능심리학자의 주장에 의하면, 말을 잘하는 능력, 음악에 민감한 능력, 수리계산에 탁월한 능력, 길을 잘 찾는 능력, 달리기를 잘하는 능력,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능력, 직관적으로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을 갖고 태어나지만 미쳐 이 능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한가지 지능만 추구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그래도 답답함이 있다. 그 특별한 능력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개발 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가세요. 그리고 아이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대화하세요”

이제 지능은 다양한 상황에 노출하고, 자극하여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는 문제가 된다. 지능을 인권의 관점으로 대하면 원래 부족한 아이도 없고, 그렇다고 개발하면 무한히 좋아지는 머리도 없고, 태어날 때 고유한 빛깔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래서 교육의 왕도는 오직 관심과 격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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