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의 기상칼럼
생물처럼 유동적인 대기를 감시하는 기상관측
김종석 <기상청장>

김종석 기상청장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당연히 ‘기상예보’일 것이다. 오늘 우산을 챙겨야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농사지은 배추를 예상보다 일찍 수확할 것인가 말 것인가까지. 현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 중 하나는 다가올 미래의 날씨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예보관은 그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현재라는 변수를 소중하게 붙들고 있다.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는 현재를 통해야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창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기상상황에 대한 감시나 관측은 매우 중요하다. 전국의 기상관서 예보실이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마치 생물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모하는 현재의 대기는 미래의 날씨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기상청은 여러 가지 기상관측 장비를 동원하여 현재를 알고자 애쓴다.

우리나라의 근대 기상관측은 1904년 부산, 목포 등 5개소에 임시관측소가 설치되면서 시작되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의 기상관측은 기술의 발달 덕분에 시각에 의존하던 기존의 관측 방식에서 측정기기에 의한 자동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일기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지상 대기뿐만 아니라 커다란 풍선에 측정기를 매달아 수십 ㎞ 이상의 고층 대기까지도 파악하는 입체적 관측도 필요하다. 위성이나 레이더와 같은 첨단화된 측정 장비를 통해 더욱 정밀하고 다양한 관측정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기예보의 배경적 힘은 사실상 기상관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기예보는 고정적이지 않다. 대기의 특성상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아 최초의 예보도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엔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게 된다. 기상청에 직접 항의하거나 날씨 기사에 ‘중계청’이라며 비난의 댓글을 달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상청은 기상관측을 멈추지 말고 국민들에게 곧바로 알려주는 중계청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향후 일주일의 예보가 100% 적중한다면 기상청은 일주일에 한 번만 문을 열어 예보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기과학 기술은 아직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지구 반대편 조그마한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으로 변할 수 있다는 카오스 이론은 시간의 흐름 속에 미지의 변수가 너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듯 날씨는 수많은 ‘과거’의 변수를 거쳐 ‘현재’의 상수로 모습을 드러내고, 대기를 늘 주시하는 기상청은 이를 포착해 일기예보라는 ‘미래’의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기상예보의 정확도는 미래에 존재하며 움직이는 과녁에 화살을 날리는 것과 같다. 오늘 저녁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3일 후의 예보 정확도가 더 낮아지고 불확성이 크다. 그나마 가까운 미래가 현재를 닮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래는 현재로부터 출발하고, 현재는 과거로부터 기인한다. 과거를 분석하고 현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일반적인 상식은 일기예보 기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상관측은 기상예보와 더불어 기상정보 생산의 핵심 역할을 하는 기상청 내의 든든한 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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