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212>
12장 지체와 문벌을 넘다

“이름이 무엇이냐.”

“와다나베(渡?).”

왜의 정탐장이 짧게 대답했다. 상당히 건방진 태도였다.

“응, 강나루에서 태어난 도변이군. 그래, 어디에 간자들을 붙였느냐.”

와타나베가 입을 다물었다. 대번에 귀싸대기가 올라갔다. 와타나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오날쇠의 거친 손바닥 자국이 얼굴에 줄기를 긋고 나있었다.

“쌍놈에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버팅기는 거야?”

오날쇠가 호통을 치며 또 칠 기세를 보였다. 정충신이 오날쇠를 손으로 제지하며 말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이렇게 아프게 맞는 것이다. 니놈들 곤조가 있지만, 우리들도 꼬장 나면 니들 인생이 상당히 복잡해져. 그래, 간자들을 어디에 붙였냐.”

버텨봐야 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와타나베가 고분고분 대답하기 시작했다.

“의주로 보내고, 요동으로도 보냈다.”

“보냈더니?”

“조명이 닝뽀에서 군사를 모아 바닷길로 규슈를 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야, 그것이 벌써 적 진영에 들어갔다? 낙상지 장군과 밀약을 했던 것이 어떻게 이 자들 수중에 정보가 들어갔나.

“그것을 어떻게 알았나.”

“우리 간자들 수준을 얕게 보는 것 아닌가 싶다. 귀하의 군왕 침소에도 우리 밀대가 들어가 있다.”

“정말인가. 그렇다면 상감마마도 해치울 수 있겠네?”

“해치울 필요가 없다. 풍파를 일으킬 필요가 없으니까. 또 그런 군왕은 있을수록 좋다. 다른 군왕이 올까 걱정이다.”

“이런 개호로새끼 보게. 남의 나라 지엄하신 군왕을 개좆으로 보다니!”

성질 급한 오날쇠가 또 대번에 주먹뺨을 갈겼다.

“날쇠, 그렇게 하들 말어. 사실대로 말하는 것을 화난다고 패면 사실을 캐내는 데 지장이 생겨부러.”

이런 추궁을 듣고 오날쇠가 잠시 주춤한 사이 정충신이 와타나베에게 물었다.

“평양성의 왜군은 어디에 주요 진지를 구축했나.”

“어디에 구축한 것이 아니라, 적의 침투로를 파악해서 응전에 대비하고 있다.”

왜군은 명나라 좌군 부총병 양호, 중군 부총병 이여백, 우군 부총병 장세작이 기습공격을 해온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조명 연합군이 본진을 구성해 보통문 앞에 전진 배치하고 정희현과 김응서의 기병대에게 일본군을 유인할 것이라는 첩보도 입수했다.

“그러면 일본군이 속지 않는다 그 말인가?”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정보만 탐지해서 본부에 전달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난다.”

“그러면 작전사령부에서 정보를 가공해 대비한다 그 말이지?”

오날쇠가 아는 체를 했다. 정충신이 물었다.

“역공작으로 우리를 엿먹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거짓 토설하면 니가 힘들어져.”

“나는 우리의 군사기밀과 작전기밀을 토설했으니 돌아가도 죽게 되어있다. 그러니 나를 더 이상 손가락 자르고, 눈알 뽑는다고 하지 말라. 내 마음을 사라.”

“철학적으로 말하는군. 우린 사실대로 말하면 대접하는 인간들이다.”

“살려만 준다면 적극 돕겠다. 우리 삼촌은 고성 땅에서 항왜로 돌아섰다. 그러니 나 역시 언제 모가지가 달아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삼촌의 말을 듣고 일본군 이동경로를 항왜들에게 제공해 도피하도록 도왔으니 그는 이중간첩인 셈이었다. 조선에서 일본에 반기를 들고 돌아선 항왜들이 1만을 헤아렸다.

“군사기밀 몇 개 가지고 우리와 거래할 생각 마라. 고니시 부대 배치 상황과 우리 정보를 탐지한 것을 말해보라.”

와타나베는 조명연합군이 대공세를 취할 시일을 입수했다. 명군이 보유한 대장군포, 자모포, 연주포, 불랑기포를 앞세워 공격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서남쪽 함구문은 1차 평양 공성전때 대패한 조승훈과 조선의 이일, 김응서가 이끄는 돌격대가 맡고, 칠성문은 장세작, 보통문은 양호, 모란봉은 오유충과 사명대사의 승병이 공격에 나선다는 첩보도 입수했다.

정충신은 야음을 틈타 동충평의 천마를 빌려 타고 의주로 달렸다. 일각이 급했다. 공격 기동이 노출된 이상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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