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위기와 광주형 일자리
김성진(호남대학교 교수)

자동차 산업에 위기의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자동차 산업은 2011년 정점을 찍고 줄곳 내리막길을 달려가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2011년 10.3%에서 올해 3분기 1.2%로 급하강 하였다. 연매출 100조원에 가까운 글로벌기업의 실적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다른 완성차업체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은 2015년 세계5위에서 불과 3년 만에 8위로 추락하였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세계 자동차수요의 둔화, 미-중 무역갈등, 신흥국 경제난 등도 원인중 하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부족과 고비용·저효율 구조 등 내부적 문제가 더 큰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해 동안 미래자동차 개발을 위한 투자액이, 경쟁국인 독일은 49조원, 일본은 37조원 등 대규모 투자를 한데 반해, 한국은 7조 5천억원에 불과했다. 한편, 국내자동차 업체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7년 9천만원으로 국내제조업 평균임금 4천428만원보다 2배가 많다. 반면, 자동차 1대 생산시 투입되는 시간으로 측정되는 노동생산성은 한국이 26.8시간인데 반해 토요타는 24.1시간, GM은 23.4시간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부족하고, 고비용·저효율의 생산여건 하에서 경쟁력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현대차의 실적발표이후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일제히 하향조정 했다. 그 와중에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투자에 참여하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산업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관할하는 민주노총이 ‘재벌적폐청산, 노동법 전면개정’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11월 21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뿐만 아니라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힘을 합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과거와 같이 문제가 있다고 거리로 나가 투쟁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넘기 어렵다. 노동운동도 이제 국가와 사회의 공동이익을 위해 같이 고민하는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고용의 12%와 수출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완성차업체의 경영난은 부품협력업체 뿐만 아니라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군산의 GM공장 폐쇄사례에서 보듯이 자동차산업은 지역의 연관제조업과 중소상공인 등 지역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아울러 실직과 폐업으로 인한 가족해체로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킨다. 내년도 임금인상도 중요하지만,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면 지금 있는 일자리도 없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다. 현재의 자동차산업 위기를 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적정임금과 고용안정, 노동자경영참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이다. 노조측 입장에서 보면 임금을 깎는 나쁜 일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측 입장에서 보면 경영권을 양보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를 타파하지 않고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자동차 취득세 감면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자동차시장을 활성화 시켰다. 지금은 그러한 방식으로는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도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에 의한 문제해결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 조금씩 자기의 목소리를 줄이고 대승적인 양보와 협력이 필요한 절대절명의 시점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2차·3차 협력업체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이다. 주변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정부도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 지면 실업급여와 일자리 정책자금을 줄일 수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시민 대토론회를 통해 위기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집단지성으로 국가의 미래방향을 제시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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