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임창용 방출, KIA가 말하던 ‘동행’인가

임문철(문화체육부 차장)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 요즘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투수였던 임창용의 방출을 두고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KIA는 내년 시즌 임창용을 전력 외로 분류하고 지난달 24일 임창용에게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프로에서 방출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임창용의 경우 KIA 구단의 성의 없는 ‘레전드’의 대우에 팬들은 격분했다. 더욱이 방출 하루 전, 임창용의 한미일 1천경기 기념 굿즈를 판매해 팬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KIA의 내부 감사를 요청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임창용은 올 시즌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37경기에 나서 5승 5패 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42를 기록했다. 만 42세의 나이에도 자신의 역할 이상을 충분히 해냈다.

팀이 한 선수를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고, 선수 역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서로의 선택이 엇갈린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임창용을 떠나 보내는 KIA의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테랑 투수 임창용 방출을 계기로 감독과 구단의 운영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앞에서 1차 집회를, 지난달 31일에는 KIA의 모기업인 기아자동차 본사를 찾아가 “김기태 OUT”을 외쳤다.

젊은 선수를 키우기 위한 조치라는 구단의 해명에도 KIA를 대표하는 스타를 쉽게 내쳤다는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팬들은 임창용이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기를 바랬지만, 이제는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팬들의 집단행동에도 KIA 구단은 침묵하고 있다. 침묵은 결코 금이 아니다. 임창용 방출이 KIA 구단이 말하던 ‘동행’인가에 대해 팬들에게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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