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희열’에 출연한 천종호 판사를 보면서…
백현옥(송원대학교 교수)

청소년이란 단어를 듣고 머리에 처음 떠오르는 것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상당수 성인들이 답한 내용은 “청소년 문제는 뭔가 귀찮고 성가시며 골치 아픈 일”이라는 의미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부정적인 관점에서 도출되어진 청소년 문제행동의 해결책은 청소년 당사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해답을 필요로 하는 물음’으로서 “연구하거나 해결해야 할 사항”그리고 “도와줄 필요가 있는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사이다 영상’으로 유명했던 천종호 판사가 많은 반대를 제치고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위기청소년들의 문제를 이슈화 시키고자 출연했다”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부산여중생 사건, 인천초등학생살해사건 등으로 청소년 범죄가 이슈화 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뜨겁게 달궈왔다. 소년법을 없애고, 형법에 의거하여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청원이 잇따랐다. 우리나라는 범죄를 저지르면 형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형법에서는 청소년은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소년법은 형법을 보완하고자 만든 법이다. ‘소년’에게 알맞은 법을 내리고자 만든 법이 소년법이다.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청소년 범죄들은 전체 청소년 범죄 중에 약 1% 미만이라고 한다. 강력범죄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의 사건들은 약 5% 미만.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들은 생계형 범죄이다. 이를 바탕으로 살펴봤을 때, 소년법은 반성과 교화를 통해 사회에 복귀할 기회를 주는 법이다.

청소년 범죄에서 발생한 피해자는 어떻게 보상 받아야 하는지, 피해자를 허탈하게 만드는 소년이라는 이름이, 법이라는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는 게 먼저일 것이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부산여중생 피해사건의 피해자는 사건 이전부터 학교에 부적응하고 있던 상황에서 피해자라는 신분이 노출되어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가벼운 비행을 저지르다, 천종호 판사를 다시 만났다. 천종호 판사는 “내 딸하자” 라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천종호 판사는 회복센터와 만사소년FC라는 축구단을 통하여 위기청소년들이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나날이 수위가 높아지는 청소년 범죄와 더 높아지는 재범률을 고치고자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소년법 폐지를 이야기 하며 강도 높은 처벌을 할 것인지를 주장했다면, 천종호 판사는 청소년들의 열악한 환경을 어떻게 바꿔줄 것인지 고민한 것이다.

청소년 범죄의 원인은 애착 손상의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가정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폭력과 학대, 방임에 노출되고, 애착 대상의 빈자리를 청소년들은 주변 청소년들에게 내어주곤 한다. 즉 친구라는 이름으로 빈자리를 채워주는 위기청소년들은 의리로 함께 범죄에 빠지게 된다. 청소년들은 특징 중 하나는 부모님과 분리를 시도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천천히 자기만의 울타리를 쌓을 때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참치는 성격이 급하고 난폭한 어종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종도 양식이 가능하다. 참치는 울타리를 보면 들이받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용하여 참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어쩌면 참치와 같다. 청소년들에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울타리를 신뢰의 이름으로 쌓고, 좁은 도덕적 잣대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청소년기는 승패의 시기보다는 가능성의 시기라고 한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르면 ‘문제아’ ‘패배자’로 낙인 찍는다. 또한 우리 사회는 패자부활의 기회가 매우 적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은 뒤처져 있을 뿐이지 패자는 아닌 것이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여도 패자의 낙인을 찍는 것보다는 그들이 포기하기 이전에 다시 도전할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뒤처져 있는 아이들이 다시 따라잡을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고 다시 도전하게 하는 용기를 줘야 한다. 이 모든 게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 사회에 천종호 판사가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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