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
<정세영 정치부 기자>

#1.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 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아/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 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가버릴 생 (중략…)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나희덕 시인의 시 ‘오 분간’을 읽으며 마음 한 켠이 저렸던 때가 있다. 꽃다운 시절을 거쳐 중년으로 접어드는 순간 조막만한 손을 가진 아이는 어느덧 어른이 되고 부모는 그 댓가로 주름살 한 무더기를 선물받는다. 꿈 많은 나날을 접고 누군가의 부모로 거듭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길은 참으로 많았을 것이다.

#2. 최근 수능이 끝났다. 수능생을 둔 한 엄마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털어놨다. 도시락을 싸며, 아이를 수험장까지 데려다 주며 느낀 감정들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고 말이다. 다시 출산의 고통을 겪는 듯한 느낌, 다시 태어난 듯한 감정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아마 십 수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게 아닐까. 아이의 성장과 맞바꾼 부모의 젊음, 그 무게와 가치는 과연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3. 문득 광주를 뒤흔들고 있는 두 가지 현안이 스치듯 오버랩된다. 바로 광주형 일자리와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얘기다. 공론화란 산고의 과정을 거쳐 16년의 세월을 극복한 2호선 건설 결정은 길었지만 의미 있었다. 걸음마 수준이던 민주주의를 시간의 세공을 거쳐 좀 더 견고하고 완숙한 방식으로 우리 곁에 가져다 놓았다. 반면 광주형 일자리 핵심인 현대차 투자 유치는 첨예한 이견 속에 여전히 안갯속이다.

도대체 왜 이 두 가지가 떠올랐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더 나은 미래를, 더 발전한 광주를 물려주고 싶은 간절함. 바로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희생(犧牲) 속에 피어난 희생(喜生)은 더욱 가치있고 찬란하다. 광주에서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결말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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