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은 물을 꽁꽁 얼릴 법(冫去 )으로 전환 ?
형광석<목포과학대학교 교수>

법(法)은 애초 무슨 뜻일까? 한자로 보면, 법(法)은 수거(水去)로 파자(破字)되는지라 그 기능은 물이 잘 흐르도록 함이다. 물길을 바로잡아줌이다. 물길에 꽉 틀어박힌 그 무엇이 장애물인지 아닌지를 분별하여 척결함이다. 한편 대법원(大法院)은 대수거부완(大水去阜完)으로 분해되기에 큰물이 잘 흘러 떠나가도록 만들어진 완벽한 언덕으로 풀이된다. 큰물을 잘 떠나보내는 소임을 수행하는 최고·최후 기관이다.

큰물이 잘못 흘러가면 물난리가 난다. 홍수와 같은 큰물은 우리 공동체 구성원 각자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제(agenda)이자 쟁점(issues)이다. 누가 뭐라 해도 큰물 중의 큰물은 하늘이 부여한 인권의 사회적 실현(actualization)이다. 실현은 행동(act)을 통해 드러냄이다. 인권은 행동을 통해 실지로 보장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그러한 행동과 실천이 잘 이뤄지도록 부추기기도 하고, 억제되도록 작용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최종 수비수와 같다. 그게 바로 대법원의 존재형식이고 존재의의로 생각된다.

그러한 존재형식은 헌법과 법원조직법으로 성문화됐다. 대한민국헌법 제5장 제101조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천명했다. 또한 법원조직법 제11조는 ‘대법원은 최고법원이다.’고 재천명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대법원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를 타파하도록 사실상 법률 자문을 하고, 그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판결을 유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더 놀라운 바는 이렇다. 대법원은 일본제국주의 세력과 그 하수인이 일제강점기에 천부인권을 깡그리 짓밟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피해자의 권리구제재판에 대해 자나 깨나 군국주의 부활을 시도하는 아베 신조의 일본 정부와 유사한 기조를 보였다. 대법원의 소재지는 서울특별시인가, 아니면 도쿄도(東京都)인가?

잠시 그때 대법원이 일본 도쿄도에 소재했었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대법관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다면, 오히려 피해자들의 마음이 더 편할지 모르겠다. 일본 대법원이야 그런 기조를 취하겠지만 한국 대법원이 그랬다니 피해자는 어디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가? 피해 당사자는 마치 소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철부지 꼴이 됐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가 직접 나서 권리구제를 신청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지도 못했고 사후에도 마땅한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피해자 처지에서 보면, 국가는 우리 국민이 당한 정신과 물질 측면의 피해 사실을 조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우선 먼저 했어야 했다. 이에 기초하여 일본 정부와 실제 가해 당사자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고 관철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한국의 국가권력이 책무를 다하지 않기에 피해당사자가 아픈 상처를 덧내가면서 청구한 권리구제신청사건에 대하여 피해자 관점에서 대법원은 법리를 개발하고 내세워야 했다. 그랬다면, 대법원은 그 한자 풀이 마냥 우리 사회의 큰물이 잘 흘러 떠나가도록 했다는 찬사를 받았을 거다.

의혹은 마침내 빛의 세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에 저질러졌다는 ‘양승태 사법 농단’은 법(法)의 근본 뜻을 깡그리 훼손했다. 지난 17일 자 신문을 보니,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하려던 ‘윗선’의 재판 개입과 그것을 거절하지 못한 일부 법관의 참모습(?)이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등장한다. 대법원은 큰물을 잘 떠나가게 하기보다는 그 물을 꽁꽁 얼렸다. 물길은 차가운 얼음덩이로 가득 찼다. 

대법원(大法院)은 떠나가는 물을 꽁꽁 얼리는 큰집인 대법원(大冫去 院)으로 체질을 바꿨다. 2018년 현재 대법원의 미지근한 대응은 그런 평가를 부추긴다. 대법원의 대법관이 최고·최후 판관이라는 민초의 믿음은 얼음덩이가 되었다. 이에 법(法)은 필자가 새로 만든 한자 법(冫去 )으로 바뀌어야 한다. 법(冫去 )은 그 파자가 빙거(氷去)인지라 떠나가는 물을 꽁꽁 얼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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