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취재국장의 ‘순천만에서’

여수산단 ‘위험의 외주화’와 환경안전에 대한 투자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는 해마다 10여건의 크고 작은 환경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각종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11월 현재 모두 11건(일반 3건, 누출 3건, 화재 5건)이 발생해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형 화물차나 유조차의 통행량이 많아 교통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수산단은 국가의 중화학공업육성정책에 따라 1967년 호남정유, 1974년 남해화학을 시작으로 1976년 한양화학, 호남석유 등 4개 석유·화학 관련 공장이 세워지면서 한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각종 플랜트가 들어서면서 50주년이 지난 현재는 석유·화학 63개 공장을 비롯해 관련 기계, 비금속, 전기·전자 업체 등 약 200개 업체로 확장되면서 해마다 각종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산단 가동 이후 총 344건의 사고가 발생, 138명이 사망하고 258명이 중·경상, 3천71명이 대피 또는 오염사고로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는 수십년 이상된 노후 설비가 우선으로 꼽히지만 대부분 운전 및 작업 부주의, 시설관리 소홀 등으로 나타나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전형적인 인재라고 할 수 있겠다.

인재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위험의 외주화’로 원청과 하청의 구조다. 여수산단 사고의 경우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들은 대부분(80% 추정)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여수산단은 물론이고 지역의 대형 산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보수공사나 사고위험이 높은 시설공사의 거의 대부분이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이들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통한 산단의 각종 위험업무 취급의 근본 배경은 입주 대기업들이 통상적인 업무이외의 위험업무에 대해 인건비를 아끼고, 노무관리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의 직접적인 사고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산단에 입주한 대기업 시설 보수공사의 상당부분이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맡겨지고 있고 그나마 일부 공사는 다시 재하청이 빈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장 안정성과 정밀함이 요구되는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대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여수산단의 시설 보수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에 노출돼 있고 사고까지 빈발하고 있는 것은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돼야 할 사안으로 판단된다.

요즘 사고가 자주발생하면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모두에게 그리고 최고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물겠다는 정책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아직도 환경안전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과연 환경안전에 얼마 만큼의 투자를 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자의 환경안전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최고경영자들은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철저한 투자를 단행하는 일에 멈칫해서는 안 된다. 멈칫거리는 이유는 환경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막상 사고가 나면 환경안전에 대한 투자가 결코 손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여수산단은 석유화학산단의 특성상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들의 인명사고 규모가 대형화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공동체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굳이 그동안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산단에서 발생한 일부 사고들은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인근 주민들의 대피상황까지 유발시키는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까지 불안감을 증폭시켜 오고 있다.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 않고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다. 첫째도 사람이요 둘째도 사람이다. 사람앞에 그 어떤 가치도 앞설 수 없다. 사람이라는 최고의 고귀한 가치가 없다면 여수산단도, 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조차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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