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또 반복되는 행동…강박증
이상영(청연한방병원 대표원장)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강박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취업, 결혼 등 미래에 대한 불안, 직장과 가정생활의 어려움 등이 주요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강박증은 여타 질환에 비해 현대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경험하는 정신질환의 하나다. 실제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통계 자료에 따르면 강박장애 진료 환자는 2010년 2만490명에서 2014년 2만3천174명으로 연평균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박증이란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특정한 생각, 충동, 이미지 등이 갑작스럽게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특정 행동에 집착하고 그것에 비정상적으로 몰두하는 것을 말한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와 몇 걸음 가지 못해 손이 더러워졌다는 생각에 반복해서 손을 씻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증상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가 잘못된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병이 아니라 신경증으로 보아야 한다. 우울증이나 대인공포증이 신경증에 속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강박증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으로 구분되는데 강박 사고는 불안감을 유발하는 사고, 이미지 등이며 강박 사고로 인해 촉발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실행에 옮기는 것이 바로 강박 행동이다. 앞에 예로 들었던 결벽증 환자의 경우, 손이 더러워졌다는 생각이 강박 사고, 이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손을 씻는 행동이 강박 행동인 것이다.

강박증의 원인은 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 요인의 경우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세로토닌 시스템과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므로 약물 치료에 세로토닌 및 세로토닌 연관 물질이 사용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짐에 따라 강박증상이 악화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면 강박증상이 완화되는 양상이 관찰됨에 따라 심리적 요인 또한 강박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심리적 요인을 목표로 하여 정신분석적 치료, 인지 및 행동 치료가 활용되기도 한다.

강박증 치료에 우선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인지 및 행동 치료로,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바로 ‘노출 및 반응 방지’기법이다. 강박 사고를 유발한 후, 강박 행동을 막아 강박 사고가 유발되는 상황 자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경증 이상의 강박증의 경우, 인지 및 행동치료가 효과가 없는 경우 약물치료가 시행된다. 약 80~90%는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다. 약물 치료와 인지 및 행동 치료가 병행되는 경우 더욱 효과가 좋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가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강박증을 다사선의증(多思善疑症)의 범주에서 보고, 강박 사고로 인해 촉발되는 불안이 야기하는 신체 증상 완화를 위해 계지가용골모려탕, 시호가용골모려탕 등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한약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또한 인지·행동 치료에 해당하는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통해 매몰돼 있던 감정과 기억에서 벗어나고 고통스러운 기억과 체험을 직면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하고 지지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환자가 의료인과 마주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매 순간 순간에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점차적으로 강박적 사고와 행동을 줄일 수 있었으며, 강박적 사고로 인한 불안과 우울의 수준이 감소할 수 있다.

일반적인 강박증의 양상을 살펴보았지만 실제 강박증을 경험하는 환자들은 그 정도와 양상이 제각기 달라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때때로 강박사고는 있지만 강박행동은 없는 경우도 있다. 발병 원인 외에도 체질이나 체력의 허실을 따져 적기(適期)에 최적의 치료를 받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강박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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