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물질, 악한 면 많지만 선한 면도 많다
박종진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 약품화학과장>

요즘 세상이 온통 방사능물질에 대해 떠들썩하다. 우리 실생활에 사용되는 라돈침대, 라돈 생리대, 욕실이나 주방에서 사용되는 화강암에서 라돈 검출, 몇 년 전에는 수입 수산물에서 방사능물질 검출 등이 그것으로 듣기만 해도 오싹하다. 사람들은 흔히 방사능 하면, 핵무기, 핵실험, 원자력발전소를 떠올리게 되고, 이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방사능에 노출되어 사람이 죽고, 암 등의 병이 생기고, 돌연변이와 기형아의 원인이 된다고 믿고 있다.

방사능 발견은 핵무기나 원자력발전소보다 더 오래다. 1896년 프랑스 물리학자 베크렐의 방사능 발견을 최초로, 그의 제자 퀴리부인은 방사능을 방출하는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하고, 방사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러더퍼드는 알파선, 베타선 그리고 감마선을 발견하고 반감기가 있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과학의 발견으로 이들은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아인슈타인 박사의 건의로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들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갔으며, 그 피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핵무기 기술을 바탕으로 한 원자력발전소는 1951년 미국의 실험실 원자로를 시작으로 1954년 옛 소련의 오브닌스크 발전소가 최초로, 현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거나 건설 중에 있다. 에너지 생산 면에서는 이득이 많으나 사고가 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현재는 전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을 통해 통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에게 잠재적인 위협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방사능물질은 해악만 주는 것일까?. 방사능은 크게 자연방사능과 인공방사능으로 나눈다. 전자는 우주와 지구가 생성할 때 만들어진 핵종으로 80여종이 있고, 후자는 핵실험에서 200여종, 의료 등의 산업용에서 6여종, 그 중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은 세슘, 요오드 등 20여종이다.

국제연합원자력과학위원회 보고에 의하면, 자연방사능의 경우, 유럽왕복 비행기 여행을 한번만 해도 0.07mSv(밀리시버트), 식품에서 0.35mSv, 공기에서 1.3mSv 등 한사람이 1년 동안 2.4mSv 정도 노출되고, 인공방사능의 경우, 흉부 엑스선을 한번 촬영할 때 0.05mSv, 위 엑스선을 한번 투시할 때 5mSv, 방사능 종사자는 연간 50mSv 정도 노출되며, 특히 한 번의 항암치료에 6,000mSv 정도가 쐬어진다. 일반 사람이 방사능을 1년간 250mSv 정도의 노출에서는 뚜렷한 임상증상이 없으며, 장기간 피폭에 의해 발암, 유전적인 장애 등이 나타나고, 단기간 피폭은 피부장애, 백내장 등을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현재 방사능물질의 사용은 매우 다양하고 많은 산업, 의료 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질이 되었다. 사용목적별로 추적용 물질과 원천용 물질로 구분하며, 추적용은 혈관 조영술과 같은 진단 치료, 누수량 탐지, 기계마모 측정, 오염물질 이동경로 추적, 강물이나 지하수의 흐름측정 등에 이용된다. 원천용은 원자력발전, 의료용 단층 촬영, 암 등의 감마나이프 수술, 식품의 살균, 곡물의 싹트임 방지, 병충해에 강한 종자개발 등에 이용되고 있다.

이렇듯 방사능물질은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늘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접해 왔고, 앞으로도 필연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악한 면과 선한 면이 있는 물질이다. 핵실험, 원자력발전소 등의 인위적인 위협이 없고 그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나라 방사능물질 관리에 대해 국가와 지방정부에서는 방사능에 대한 행동매뉴얼을 마련하여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실제로 식품에서 관리는 미국, 유럽연합 및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기준보다 10배 이상 더 강화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2014년부터 방사능물질 검사 체계를 갖추고 유통식품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광주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는 농수산물에 대해 국내산 1,545건, 수입산 185건 등을 검사한 결과, 1,724건이 ‘불검출’ 되었고, 나머지 6건은 수입 원료를 이용한 잼류 등 가공품에서 국가가 정한 관리 기준보다 100배 낮게 검출되었다. 이렇듯 광주시 유통식품에서 방사능물질 오염여부는 매우 안전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연구원에서는 앞으로도 시민이 드시는 식재료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방사능물질의 안전성을 감시하여 시민들의 먹거리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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