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가을과 겨울 사이
박정수(광주지방기상청 관측과장)

10월의 광주전남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낮아 쌀쌀한 날이 많았지만, 11월 중순(11.1~11.20)까지의 평균기온은 10.9℃로 평년(10.7℃)보다 근소하게 높은 경향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광주에서는 11월 20일에, 평년보다 11일 늦은 첫 얼음이 관측됐으며 첫눈은 아직까지 내리지 않았다.

지난 22일은 20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이었다. 음력으로 10월 15일, 양력으로 11월 22일에 해당하는 소설은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따스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불린다.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시베리아고기압이 확장하기 때문에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바람도 강해진다. 그러다 12월 7일이 되면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에 이르게 된다. 대설이라고 해서 반드시 많은 눈이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시기적으로 11월은 가을에 해당되지만, 11월 하순 즈음에는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거나 얼음이 얼고, 또한 눈이 내리기도 해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깝게 느껴진다. 해가 떠있는 낮에는 가을 느낌이 들다가도, 해가 지고 나면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겨울에 가깝게 느끼는 것이다. 바야흐로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인 것이다.

11월을 겨울에 더 가깝게 느끼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바람이다. 왜냐하면 바람이 강하게 불 때 사람의 피부에서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기상청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체감온도’ 지수를 발표하는데, 11월부터 익년 3월까지 제공한다. 체감온도는 외부에 있는 사람이나 동물이 바람과 한기에 노출되어 열을 빼앗길 때 느끼는 추운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기온이 낮거나 풍속이 강할수록 더 낮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가을의 정취가 남아있는 이유는 길거리를 수놓는 낙엽 때문일 것이다. 바람에 흩날려 나부끼는 낙엽들이 마치 가을을 보내기 싫은 마지막 몸부림 같다.

가을과 겨울의 사이 그 어디쯤에 와 있지만, 아직 첫눈이 내리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겨울의 눈은 재해와 골치아픈 교통체증 등을 떠올리게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설렘이 되기도 할 것이다. 광주지방기상청에서는 날씨제보 및 계절관측 가을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날씨제보 앱’을 통해 첫눈을 비롯한 많은 현상을 제보하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 잎새를 떨구기 전까지 늦가을의 정취를 맘껏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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