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주기 팔찌 만들기, 피임교육 등 여성인권 교육

미얀마로 날아간 ‘룰루랄라 치치킹킹’
생리 주기 팔찌 만들기, 피임교육 등 여성인권 교육
양곤, 카렌 등 6개 지역 등에서 모인 50여명의 활동가들…

지난 8월 20∼23일, 3박4일 일정소화해

중흥건설이 후원하고 남도일보가 주최한 제1회 남도일보 자원봉사 공모사업 해외분야에 선정된 아시아광주여성네트워크(이하 아시아시스넷)가 10개월여 간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아시아시스넷은 미얀마 국내 분쟁 피해여성들의 정서 지원을 위한 현지 활동가 교육 ‘룰루랄라 치치킹킹’ 프로젝트가 지난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미얀마 양곤에 있는 성공회 교회에서 진행했다. 교육에 참여한 현지 활동가들은 까친 주의 IDP(Internal Displaced People. 국내 실향민) 캠프의 리더와 자원봉사를 비롯해 양곤·카렌·라카인·친·샨 스테이트 6개 지역에서 교사, 종교 지도자, 사업가 등으로 활동하는 여성들이다. 통역과 광주의 활동가들을 포함한 50여명의 양국 여성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3박4일 동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교육을 진행했다. 미얀마의 제1도시인 양곤에 긴장감을 가득 안고 도착한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 가는 것을 느끼며 함께 울고 웃고 마음을 나눴던 4일간의 기록을 공유한다.

양곤 1일차

“우리의 노력이 어떤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까?”

현지 활동가 역량교육은 크게 여성건강·경청과 공감의 평화교육·페미니즘 집단상담으로 구성됐다. 언뜻봐도 내용이 쉽지는 않은데다 전문 용어들이 많아 통역을 맡은 이들과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했다. 더구나 워크숍 중심의 교육인지라 통역의 역할이 8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중요했다.

하룻동안 이어진 비행의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이번 프로젝트 통역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Thet Thet(한국 이름 수진)이 운영하는 도서관 스토리 하우스로 달려갔다. 5명의 통역여성들 가운데 한국어를 전공한 이도 있었지만 한국이 좋아서 스스로 공부하다 일자리까지 만든 여성들이었다. 서로 인사도 나누고 미얀마 전통 화장인한 ‘따나까’ 체험도 즐긴 후 바로 일 모드로 들어갔다.
 

미얀마 전통화장 ‘따나까’

통역사들에게 각 교육 별 진행방식을 설명하고, 특히 워크숍을 진행하는 부분은 통역사들과 직접 몸으로 시연을 해보며 이해를 도왔다. 4일 동안 해야 할 내용을 몇 시간에 설명 해야 하니 시간이 너무 짧긴 했지만 그래도 이날의 시연이 효과가 있어 통역이 무난하게 이뤄 질 수 있었다.

오후에는 협력단체인 GDI(Gender and development institute )의 활동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교육장에 들러 빔 프로젝터를 점검하는 등 교육 준비를 했다
 

교육에 들어가기 앞서 준비를하는 5명의 통역사

양곤 2일차

“임신을 중단 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간혹 뾰족한 막대기 같은 것을 몸속에 집어넣어 스스로 낙태를 시도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

첫날의 설렘이 가시기도 전에 둘 째날의 해가 떳다. 양곤은 교통체증이 어마어마하다. 우리로 치면 상무지구에서 시내까지 가는데 교통 체증이 심할 때는 택시 안에서 1시간을 꼬박 갇혀있는 셈이다.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가 특히 심해 교육장과 가깝고 저렴한 호텔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긴장감을 안고 교육장인 성공회 교회에 도착하니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미얀마 활동가들이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들은 우리를 보고 서먹하지만 따뜻한 웃음으로 반겨줬다.

간단한 입학식을 마친 후 서로 소개하는 시간과 이번 교육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갖은 후 친해지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약 2시간 정도 진행된 ‘아이스브레이킹’은 많이 웃고 즐기는 시간이 됐지만 쉬는 시간에 들려오는 “우리는 이렇게 노는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하고 싶은데 노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이 아니냐”등의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우리에게 이 시간은 함께한 참여자들과 친밀해질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고 친밀감 형성 여부에 따라 앞으로 교육 분위기를 좌우하기에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하고 공을 들였는데 공부는 안 하고 놀고 있다는 불평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노는 것’은 첫 날 오전뿐 아니라 매 세션마다 이어졌으며, 처음의 불평은 마지막 교육평가에서 ‘교육을 할 때 놀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로 완전히 바뀌었다.
 

교육에 들어가기 앞서 친해지기 위한 ‘아이스브레이킹 시간’

첫 번째 세션은 문화차이로 인해 준비에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여성건강 부분과 여성의 몸 이해하기 교육이었다. 이 교육은 임신과 생리의 원리 이해를 위한 이론 교육과 생리 주기 팔찌 만들기, 피임 방법 등으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팔찌 만들기를 통해 나의 생리주기, 예정일을 예측하는 방법,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를 예측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는 방법까지 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고 나의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건강교육의 핫 이슈는 단연 피임이었다. 미얀마 사람들도 과거에는 4~5명의 자녀 출산이 일반적이었지만 근래들어서는 양육이 어려운 환경탓에 1~2명 또는 자녀를 계획하지 않은 경우가 생겨나고 있었다. 특히 남자들이 콘돔사용을 꺼려하기 때문에 피임은 온전히 여성들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주로 경구 피임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경구 피임약은 하루만 약을 걸러도 임신이 될 위험성이 있는 약이다 보니 살이 찌는 등 부작용들이 많다고 했다.

또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임신을 중단 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간혹 뾰족한 막대기 같은 것을 몸속에 집어넣어 스스로 낙태를 시도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여성들은 피임이 개인의 일이 아니라 여성들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서 공동체(여성들 전체의) 의 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낙태·피임등을 설명하는 강의시간

또, 까친 지역의 IDP캠프에서 온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온 간호사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했다. 여성들은 피임도구의 하나인 ‘루프’의 시술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시술을 원하는 여성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한국인 선생님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절박함이 담긴 요청이었지만 당장 도와줄 수 없는 현실과 불확실한 약속을 함부로 할 수 없기데 미안하다는 말만 전했다.

IDP캠프의 의료시설은 약품이 부족하거나 의료진(주로 자원봉사자)이 부정기적으로 상주하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난민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존재하고, 주민들은 의료기관에서조차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의료시설을 이용하기보다 민간요법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저런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IDP캠프의 의료상황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열악하구나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과 함께 모두에게 숙제가 얹혀지는 느낌이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