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발전을 위한 마을 미디어의 역할
김 덕모(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가족은 물론 친지와 이웃 등 온 마을 사람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라 생각된다. 도시화, 산업화의 진전에 따른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을 공동체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추진 확산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복원사업은 참여민주주의의 전통과 가치를 옹호하며 지역 공동체의 정서적 연대감 회복과 상호부조의 전통을 재확립 하려는 공동체 발전방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마을 공동체 사업이 ‘새마을운동’식의 국가주도의 개발사업 모델이었던 반면, 최근의 마을 공동체 복원사업은 주민 참여적이며 자발적 성격을 띠는 동시에 공공적 발전 모델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는 구성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소속감, 연대의식, 그리고 상호이해를 강화함으로써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공동체의 문제해결을 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를 통해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마을 공동체 복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마을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마을미디어’는 주민이 소유하고 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미디어로, 소통, 문화, 여가, 만남의 장이자 작은 언론의 역할을 하는 미디어를 말한다. 실제로 마을미디어는 주류미디어가 담당하지 않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소식과 의견 교환에서부터 공동체 내부의 다양한 갈등과 문제를 드러내고 이를 해결해가는 대안제시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을미디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2013년에 개국한 ‘성북 마을방송 와보숑TV’나 ‘창신동 라디오 덤’의 사례 등을 들 수 이 있다. 특히 ‘창신동 라디오 덤’의 운영자는 “나 자신과 세상에 내가 살아있음을, 내가 내 삶의 주인공임을 선언”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 있는 말을 한 바가 있다. 이외에도 수원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동네방네tv’는 물론 제주도지역의 ‘소도리 네트워크’ 등 4개 팟캐스트 방송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마을 미디어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광주만 하더라도 광산구 고려인공동체 마을미디어인 ‘나눔방송’, 남구의 푸른길방송 등이 주민들의 호응을 받으며 방송을 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미디어들은 전국을 기반으로 하든 지역을 기반으로 하든 주류 미디어(신문, 방송)들이 다루어 주지 않는 작은 지역 공동체의 소소한 문제를 담고, 지역민들의 일상의 목소리와 우리 이웃들의 친근한 이야기를 주요 테마로 삼는 다는 점에서 우리의 매체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우리의 매체로 다가오는 마을미디어는 아직 활동 역사도 일천할 뿐만 아니라 운영 여건도 열악한 상태여서 그 중요성과 의의에 비해서는 활성화가 미약한 실정이다. 운영 주체의 전문성도 부족하고 참여인력도 많지 않고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이 다소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마을미디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청자미디어센터와 같은 시민 미디어교육 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보다도 마을미디어 활동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마을미디어 활동에 관심 있는 주민들에 대한 미디어제작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마을미디어 콘텐츠 제작 지원 및 공동 플랫폼 개발, 부담 없이 이용 가능한 미디어지원 시설 확보, 점차 확장되는 마을미디어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전문기관과의 연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마을미디어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 지역에서의 효과적인 마을미디어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자치단체가 다른 공공기관과 다양한 조직 간의 연계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통해 공동체의 문제를 주민들의 참여 속에 풀어나가는 마을공동체 복원에 마을미디어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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