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중앙시장 청년몰 ‘꿈뜨락몰’ 몰락하나
개장 4개월 만에 점포 29곳 중 4곳 폐업
하루 2∼3개 메뉴 객단가 2만∼3만원 불과
여수시, 열악한 전통시장만 내주고 방치
입지여건 극복, 전문성·경쟁력 확보해야
 

전문성 없이 먹을거리와 액세서리 위주의 아이템으로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몰락 위기에 봉착한 여수중앙시장 청년몰. 동부취재본부/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전문성 없이 먹을거리와 액세서리 위주의 아이템으로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몰락 위기에 봉착한 여수중앙시장 청년몰. 동부취재본부/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청년창업 육성을 위해 지난 7월 개장한 여수중앙시장 청년몰인 ‘꿈뜨락몰’의 점포 29곳 가운데 4곳이 이미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수시는 여건이 열악한 전통시장만 내주고 사후 지원없이 방치하고, 청년 상인들은 전문성 없이 먹을거리와 액세서리 위주의 아이템으로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몰락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안 일정 구역에 39세 이하 청년 상인의 점포가 입점해 고객들을 위한 휴게 공간과 입점 상인 협업 공간 등을 갖춘 몰(mall) 형태를 말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몰 조성사업은 전통시장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청년 점포 20개 이상을 조성하고 고객편의시설, 기반시설, 임차료, 인테리어, 마케팅, 홍보 등 시장 1곳당 최대 15억 원(국비 50% 지방비 40% 자부담 10%)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여수시는 지난 7월 12일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여수중앙시장에 꿈뜨락몰을 개장했다. 먹거리·카페는수제 초코파이나 생과일 주스 등의 디저트가게를 포함해 18곳, 그리고 판매·서비스 점포는 여행사를 포함해 11곳이다. 점포 29곳의 상인들은 101명의 지원자 가운데 선정됐다. 이곳에 투자된 15억 중 국비는7억5천, 지방비는 6억, 자부담은 1억6천이다. 꿈뜨락몰 상인들은 1년간 임대료를 지원 받고 5년간 임대를 보장 받는다.

꿈뜨락몰은 공터의 의미를 가진‘뜨락’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소통하며‘꿈’을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정해진 이름이다.

그러나 현재 꿈뜨락몰은 시민이나관광객들과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 개장 5개월째에 들어간 꿈뜨락몰을 찾았다. 퇴근이 막 시작된 시간인데도 손님은 2팀 4명뿐이었다. 부근 원도심이 한산하고 유동 인구마저 없어 이곳 역시 썰렁했다.

거기다 고만고만한 메뉴와 똑같은 분위기의 점포가 늘어서 있어 손님들은 어느 가게로 들어가야 할지 정하기도 쉽지 않다. 꿈뜨락몰만의 특색 있는 음식과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점포가 없고 도심지 시장 주변 길가에서 흔히 만나는 상가였다.

꿈뜨락몰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이나 손님이 없어 8시에서 8시30분이면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한 식당 주인은 “주말과 휴일에도 손님들이 거의 오지 않아 고사 직전이다”면서 “낭만포차를 찾는 관광객들을 흡수하려고 이곳을 만들었는데 이순신광장을 넘어서 이쪽으로 전혀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인은 이어 “1∼2곳의 점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장사가 안 돼 빚쟁이가 돼가고 있다”면서 “게임장 등 위락시설이 전혀 없는데다 음식점이 너무 많아 점포당 하루 2∼3개 메뉴에 객단가도 2만∼3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당일 커피전문점은 고작 8잔을 팔았다고 한다.

커피점 주인은 “매월 공동 수도료 9만원과 전기료 등 30만∼45만 원 정도 나가기 때문에 한 달에 200만 원은 벌어야 한다”면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하루 10시간 하면 8만원을 버는데 이곳에서는 겨우 5만 원 정도 버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무상임대기간인 내년 5월이 지나면 거의 나갈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 주인은 또 “시설이 너무 열악하다”면서 “주차장이 태부족한데다 냉온풍기도 부족하고 순환 환풍기기 없어 음식 조리 때 나오는 연기가 안 빠져 옷에 냄새가 배이고 환풍기에서 기름이 떨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청년 창업 전문가는 “지자체들이 청년몰이 전통시장을 살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의 대안인 양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제대로 된 수요조사 없이 조성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본다”면서 “전통시장이라는 열악한 입지 여건과 함께 청년 사업자의 전문성 및 역량 부족, 액세서리 먹을거리 위주의 사업 아이템으로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이 안돼 결국 문을 닫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청년몰 조성은 열악한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이걸 살리려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며 “전주 한옥마을 등 유명한 관광지에 위치한 시장이 아닐 경우 청년몰의 주요 타깃인 젊은층을 잡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여수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꿈뜨락몰은 맛이나 가격 등에서 일반 상가와 경쟁력이 없다는 여론을 듣고 있지만 시에서 홍보하는데도 한계가있다”면서도 “창업한 청년들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 컨설팅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용주 국회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불러 “여수시에서 청년몰을 하는데 잘 안되고 있다”면서 “여수에 꼭 왔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이에 백 대표는 “지방을 가보니까 정말 그렇게 청년몰이 많은지 몰랐고, 여수에 꼭 가겠다”고 답변했으나 아직까지 방문하지는 않았다.동부취재본부/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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