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 前 광주시장 인터뷰>

“한전공대, 입지보단 국제경쟁력이 중요”
광주·전남 지자체간 유치경쟁은 무의미
서울공대·KAIST·포항공대 넘어서야

대담 = 김우관 중·서부취재본부장

박광태 전 광주시장은 “한전공대는 어디에 들어서냐 보다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광주·전남 지역민이 뜻을 한데 모으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남도일보 DB

정부 차원의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 그동안 입지 선정과 규모 등을 놓고 갖가지 말과 추측이 나돌았지만 5일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출범하면서 어느정도 가닥이 추려진 듯 하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차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광주시와 전남도를 중심으로 하는 지자체, 그리고 지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이론이 없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광주·전남(빛가람)공동혁신도시는 광주시와 전남도 두 자치단체가 함께 꾸린 전국 유일의 혁신도시라는 점에서 출범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가장 모범적이고 앞서가는 혁신도시라는 평가를 현재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같은 빛가람혁신도시가 탄생하기 까지에는 당시 광주시장이었던 박광태 시장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한국전력을 빛가람혁신도시에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가능했다. 한전 본사가 나주로 이전하면서 한전공대 설립 역시 전국적인 관심사임에 틀림없다.나주로 공동혁신도시를 통 크게 양보했던 박 전 시장과 한전공대와 관련된 해법을 찾아보려고 어렵게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 전 시장은 “한전공대 입지 장소는 한전에 일임하고 그보다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거듭나는데 시·도민들이 전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지역민들이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은 “장소나 규모도 중요하지만 서울공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하도록 지역민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전 시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시장 재임시절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형성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나 =당초 호남에 혁신도시가 들어선다고 하니 광주는 물론 목포나 순천, 여수, 광양 등 이곳저곳 혁신도시 유치 이야기가 안나온 곳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에게 그렇게 중구난방식으로 추진하면 안된다고 말하며 광주와 전남이 공동 발전하는 취지로 광주와 인접한 나주 경계지역에 공동혁신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 지사가 그 제안을 듣고 놀라면서 “전남에 양보할 수 있겠소? 다음 선거도 있는데”라고 묻더라. 그래서 “시장 안하더라도 이렇게 해야된다”고 답했다. 큰뜻은 공동혁신도시가 광주와 전남의 중심축을 이루고, 여수와 순천, 광양의 동남권, 목포를 중심으로 한 서남권을 서로 연계해 광주·전남 공동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자 했다. 또 공동혁신도시를 통해 광주와 나주가 별개의 지역이 아닌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오게된 뒷이야기도 궁금하다 =우리지역에서 공동혁신도시가 구체화되니까 한국전력을 호남 몫으로 줘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전국 최초로 두 광역자치단체가 뭉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와야한다는 취지였다. 한국전력이 호남으로 간다고 하니 부산, 경남지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대구와 경북이 합치거나, 부산·경남이 함께 공동혁신도시를 이뤄 한국전력을 유치하라고 권고까지 했다. 한국전력을 호남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그곳은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공동혁신도시가 좌초됐다.

결국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한전이 둥지를 튼다고 하니 이젠 한전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다들 전남엔 안내려오겠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래서 한전 직원들을 전부 광주로 초청해 설득하는 작업을 벌였다. 한전 직원들에게 “광주와 나주는 하나다. 결국 아이들 키우려면 교육이 문제인데, 교육은 광주가 1등이지 않냐?”며 “학군이 좋은 광주를 생활권으로 하고 나주에 출퇴근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수긍하더라.

◇한전공대 입지를 놓고 광주와 전남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떤지 =한전공대를 가지고 광주와 전남이 서로 작은 시비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전공대가 광주로 가면 어떻고 나주로 가면 어떻나? 한전이 지금 전남에 있지만 전남의 것만은 아니다. 한전 직원들의 혁신도시 이주 결정도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전이 우리 지역에 들어섰기 때문에 한전연수원도 한전공대도 덤으로 오는 것일 뿐이지 들어서는 위치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무조건적인 주장이 아니라 어떠한 측면에서 해당 지역이 더 경쟁력이 있는지를 어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특히 교육기관인 한전공대가 ‘광주·전남은 하나다’라는 대승적 견지에서 어디에 설립되느냐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상식의 문제이지 시비거리는 아니다. 그렇게 보면 광주시와 전남도가 한전에 일임해서 한전공대 부지를 선정하는 방법을 택한건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한전공대는 어떤 모습을 갖춘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에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공과대학이 3곳 있다. 바로 서울공대와 KAIST, 포항공대다. 한전공대는 여기에 못지 않은 국내 4대 공과대학을 목표로 해야한다. 서울공대는 서울에, 카이스트는 대전에, 포항공대는 경남에 있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한전공대가 호남에 들어선다는 걸 간과하지 말고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서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한전공대가 우리 지역에 설립된다고 해서 광주와 전남 지역만의 대학은 결코 아니다. 서울공대 등 국내 3대 공과대학엔 전국의 수재들이 몰려든다. 한전공대도 전국의 인재들이 모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방점을 둬야 한다. 그렇게 보면 광주와 전남 어디에 들어서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건 더 자명해진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밑그림을 그렸던 당사자로서 현재 혁신도시에 아쉬움도 많을 것 같다 =시장 재임 시절 광주와 나주를 지하철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했었다. 예산까지 책정하고, 사업승인까지 얻었는데 강운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업을 모두 재검토하더라. 광주와 나주가 지하철로 연결되면 5분 거리에 불과하다. 그럼 자동으로 나주가 광주에 흡수되고, 광주와 나주 중간지역인 남평쪽에 도시가 형성됐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 곳은 아직까지 논과 밭으로 남아있다. 그 지역에 일반 산업단지가 형성되고, 뒤이어 문화관광단지가 개발됐다면 인구도 늘고, 주거지역도 생겨 혁신도시도 더빨리 성장했을 것이다.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들고 당시 삼성, 현대, SK, LG 등 국내 대기업을 접촉 했는데 다들 땅만 있으면 투자를 한다고도 했었다. 해당 부지가 300만평이나 돼 땅도 충분했는데, 사업이 이뤄지지 못해 더 아쉬울 뿐이다. 지금도 전직 시장으로서,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업을 성사시키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리/중·서부취재본부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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