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텔 청테이프 살인사건 ‘채팅앱’ 발단

무분별한 SNS 만남…살인으로 이어졌다
광주 모텔 청테이프 살인사건 ‘채팅앱’ 발단
이름·주소 없이 가입 가능, 범죄 온상지 전락
광주서 2년 사이 채팅앱 성매매 6배 증가

지난 3일 광주에서 발생한 일명 ‘광주 모텔 청테이프 살인’ 사건 뒤엔 일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와 만남을 알선하는 SNS 채팅앱이 발단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름은 물론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자칫 범죄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전날 모텔에서 함께 투숙한 A(57·여)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정모(26)씨를 긴급체포해 조사중이다. 이들의 잘못된 만남은 SNS 채팅을 통해 시작됐다. 정씨는 지난 3일 오전 6시께 SNS 채팅을 통해 출장마사지사인 피해자 A씨와 연락이 닿았다. 정씨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전남 장성에 있던 A씨에게 “15만원을 줄 테니 마사지를 해달라”며 광주로 올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자신의 성 욕구를 풀어줄 대상을 찾았던 것.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피해자 A씨는 이날 오전 6시 50분께 정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묵고 있었던 낡고 허름한 북구 한 모텔을 찾아갔다.

이후 정씨의 진술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죽였기 때문이다. 수법도 잔인했다. A씨의 목을 졸라 질식 시킨 뒤 얼굴과 손 청테이프로 감아 2차로 질식시켰다. 흡사 모습이 미라를 떠올리게 했다. 과거 광산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살인 사건과 패턴이 너무도 유사해 마치 모방 범죄를 연상시켰을 정도였다.

이들은 만나기 전 서로의 이름과 나이를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SNS의 채팅앱 특성상 자신의 인적사항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생전 본적도 없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 살인이란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만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광주지방경찰청이 분석한 SNS를 이용한 성매매 단속건수를 보면 2015년 10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6년 52건으로 5배 이상 껑충 뛰었고, 지난해엔 무려 60건이나 발생했다. 2년 새 6배나 증가했다. 이번 살인 사건과 성매매 간 연관성은 일단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사건의 주요 배경이 된 것이 SNS를 통한 만남이란 점에서 언제든 제 2, 제 3의 피해자 A씨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SNS를 통한 실제 만남에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SNS를 통한 만남은 자칫 살인, 강간, 강도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범죄 온상지이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 등이 주요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이러한 만남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A씨 시신을 보내 사인을 규명하는 한편 정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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