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저기(反求諸己)와 책인즉명(責人則明)

<정세영 남도일보 정치부 기자>

천주교평신도협의회는 지난 1988년 평신도의 날을 맞아 신뢰회복운동을 전개했다. 바로 ‘내 탓이오’ 운동이다. 1990년대 초, 당시 천주교 서울교구장이던 김수환 추기경도 자신의 승용차에 ‘내 탓이오’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면서 “자기를 먼저 돌아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 운동은 배부한 스티커 40만장이 금방 동 날 정도로 큰 호응과 반향을 얻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논어’의 ‘위령공’편을 보면 ‘군자는 허물을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허물을 남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는 구절이 있다.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고쳐 나간다는 뜻이다.

모든 일의 근원은 스스로에게서 나온다. 행동과 말 속에는 어떤 오해와 또다른 신뢰가 내포돼 있다. 살아온 궤적과 높낮이가 다르기에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각자 다르게 해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방식은 판이하다. 해답을 자신에게서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이의 잘못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특히 누군가를 대표하는 리더라면 그 판단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기에 무게감은 남다르다.

사자성어 반구저기(反求諸己·잘못을 자신에게 찾는다)의 유래는 리더가 어떤 해결방식을 가져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 하나라 시대 우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때, 제후인 유호씨(有扈氏)가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다. 우임금은 아들 백계(伯啓)로 하여금 군대를 이끌고 가서 싸우게 했으나 참패했다. 백계의 부하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다. 그러자 백계는 “나는 유호씨에 비해 병력이 적지 않고 근거지가 적지 않거늘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이는 나의 덕행이 그보다 못하고, 부하를 가르치는 방법이 그보다 못하기 때문이다”며 “그러므로 나는 먼저 나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아 고쳐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하고는 싸우지 않았다. 이후 백계는 더욱 분발해 날마다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며, 백성을 아끼고 품덕이 있는 사람을 존중했다. 그러자 유호씨도 결국에는 백계에게 감복해 귀순했다.

반면 책인즉명 (責人則明·자기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남만 나무람)의 사례도 있다. 최근 도덕성과 헌신이 생명인 광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단체의 리더인 소장에 대해 일부 부하직원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소장은 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광주 지역 수 십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대표하는 센터의 장으로서, 행여 과오는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내부 갈등 봉합을 우선시해야 하는 게 아닌 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선택은 자신의 몫이고 자유의지이다. 다만 리더의 품격을 저버린다면 과정이 가져오는 결과 또한 다르지 않을까 싶다. 현 시대의 가치에 부합하는 ‘리더의 모습’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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