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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희 스피치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사랑의 적정거리

사랑의 적정거리
나선희(나선희스피치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나선희
 

추위가 시작됐다. 갑자기 닥친 추위에 적응하지 못하던 날. 전기난로를 숫제 끌어안다시피 지냈더니 살갗에 오돌토돌한 게 솟아올랐다. 난로와 적정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결과다. 따갑고 근질거리는 환부에 연고를 바르고 있는데 남편이 한마디 한다. 고슴도치의 지혜를 배우란다. 고슴도치들은 겨울이 되면 추위를 나기 위해 모여든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려고 가까이 가면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고, 그렇다고 멀리 떨어지면 춥고.....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다 가시에 찔리지도, 추위에 얼지도 않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게 된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우화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와의 적정거리가 있다. 지나치게 허물없이 지내다가 끝장이 나는 관계는 허다하다. 친구 사이는 물론이려니와 가족 간에도 매너를 지켜주는 적정거리는 필요하다. 일로 직장에서 만난 사람끼리는 더욱 그렇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MBA 과정에서 최고 경영자들을 상대로 “당신이 성공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를 조사했다. 응답자의 93 퍼센트가 ‘대인관계의 매너’라고 대답했다. 그런가 하면 직장에서 해고당한 사람들을 통한 조사에서도 95 퍼센트가 인간관계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고당했다고 했다. 해고의 원인은 업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거다. 업무 능력이 부족해도 문제지만,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인간관계를 잘하지 못한다면 아웃이라는 거다.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팀을 떠나는 대목이 나온다.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인기몰이를 해오던 ‘프레디 머큐리’는 팀이 답답해졌다. 자신의 의견을 따라주지 않은 팀원들에게 화가 난 거다. 마침내 솔로 데뷔라는 유혹에 흔들려 오랜 시간 함께해온 멤버들에게서 뛰쳐나갔다가 결국 참회를 하고는 돌아온다. 그리고 명대사를 남긴다. “새로 만든 밴드 멤버들은 시키는 대로만 해. 반대하지도 않고, 더 좋게 수정하지도 않아. 우리는 가족이잖아. 가족은 으레 싸우잖아. 가족은 싸우지만 헤어지지는 않아.” 그렇게 팀은 다시 화합하게 되고 퀸(Queen)은 엄청난 활동을 한다.

인간관계를 잘한다는 것은 어쩌면 적정거리를 지킨다는 것 아닐까? 적정거리란 내 맘대로 되지 않더라도 뛰쳐나가버리지 않고 그 안에서 싸우는 것이다. 싸우되 매너를 지키는 것이다. 적정거리는 최소한의 매너다. 매너를 지키며 수차례 싸워본 사람은 안다. 또 싸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싸운 게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싸움이 곧 성장이라는 것을.

지난 주말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 한 장. 거실 한 쪽을 아늑하게 장식한 코지코너(cozy corner)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이었다. 놀랍게도 부부의 합작이란다. 남편이 등산을 다녀오더니 나뭇가지와 솔방울, 그리고 낚싯줄까지 대령했다. 이에 손재주 좋은 아내가 나뭇가지에 낚싯줄로 솔방울을 매달아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탄생시켰다. 감탄하는 내게 친구는 킥킥대며 뻐기듯 말했다. “이래서 이 남자, 못 버려.”

중년부부가 헤어지지 않고 잘사는 이유는 적정거리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안 싸워서 잘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싸우다가 뛰쳐나가기도 했다. 또 싸우고 싸우다, 싸움이 칼로 물 베기가 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싸우지 않고 사는 법, 즉 적정거리를 터득한 것이다. 이때부터 부부는 최고의 협업 파트너가 된다. 남편이 나무를 해오면 아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내고.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친구가 보낸 사진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중년부부의 은은한 사랑이 전해졌다. 부부의 합작은 전쟁 끝에 안착한 평화다. 안 맞아서 못살겠다는 젊은 부부에게 이 사진을 전해주고 싶다. 안 맞더라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적정거리를 찾게 될 것이다.

활동을 하는 낮 동안에 나오는 ‘베타파’라는 뇌파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그런가 하면 ‘알파파’라는 뇌파는 밤에 잠을 잘 때 나오는데, 이때 기적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잠을 푹 자고 나면 상쾌해지고 컨디션 회복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깨어있을 때도 ‘알파파’가 나오는데 사랑할 때란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 낮에도 피곤한 줄 모른다는 거다. 반대로 관계가 어려우면 피곤하다.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면 사랑해버리자.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며 싸우다 보면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의 적정거리를 터득하고 나면 ‘알파파’가 쏟아진다. 어떤 관계도 잘 돌아간다. 록밴드 퀸(Queen)과 내 친구 부부처럼 최상의 협업 파트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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