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장담할 수 있습니까?…”

이은창 중·서부취재본부 기자

“교사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최근 민선 3기 조직개편안을 놓고 한바탕 내홍을 치른 전남도교육청의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전남도의회 교육위원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도교육청 집행부에 던졌다. 교사들의 행정업무 등을 덜어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번 조직개편안의 핵심 목적을 놓고 나온 질문이다. 이 교육위원은 업무는 줄었는데 정작 교사들이 남는 시간을 자신의 여가에 사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도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도교육청은 이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다. 전남교육청의 조직개편은 ‘교사들의 업무가 경감되면, 자연스레 수업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물론 도교육청의 전제 대로 남는 시간에 방과후수업 등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교사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워라밸’이다 뭐다 개인의 여가와 일상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기에 더 그렇다.

조직개편안 내용중 장담할 수 없는 것들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학교현장의 업무 경감을 위해 일선 시·군 교육지원청에 신설되는 ‘학교지원센터’의 경우 자칫 본청에서 하기 싫은 일, 학교에서도 하기 싫은 일을 떠맡을 개연성이 있다. 어디서 부터가 지원이고, 어디 까지가 뒤치다꺼리인지 학교지원의 업무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만을 장담할 수 없는데도 도교육청은 조직개편의 전면 시행을 추진해왔다. 전남도의회가 시범운영 검토를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도교육청의 조직개편안은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긴급의안으로 교육위에 조례안이 제출되는 통에 발목이 잡혔다. 의회가 표면적인 이유로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의안 제출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조직개편이 무산되자 교육청 내부에선 안도의 한숨이 들리기까지 한다. 개편에 앞서 구성원들의 우려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민선 3기 전남교육청의 조직개편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잡무가 줄어든 교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더 섬세하고 세심하게 살피고 가르친다는 장 교육감의 복안이 너무나 이상적인 학교 교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합의다. 교사 몫이었던 일을 맡게될 일반직 공무원부터 부득이 본청을 떠나야 할 교육전문직, 수업에 더 집중하고 노력해야 하는 교사까지. 직무에 따라 각기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른 이들로부터 이상적인 교실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어 보자고 설득해야 한다. 부디 전남의 교육가족들이 전남의 아이들을 위해 희생을 감내한 합의에 이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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