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 후원·남도일보 자원봉사 공모사업-미얀마를 가다

“지원에서 연대로…아시아 여성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이희영 아시아시스넷 활동가
 

/아시아광주여성네트워크 제공

올해 여름은 100여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였다. 그 여름날의 뜨거운 열기 못지 않게 열정과 환희로 가득했던 룰루랄라 치치킹킹 교육장의 열기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처음 이 계획을 들을 때는 정말 필요하니 언젠가 하면 좋겠는 일이었고 계획이 조금 더 구체화됐을 때는 향후 몇년 안에 이뤄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일년만에 이 프로젝트가 현실이 되어 말로만 듣던 그곳을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니 꿈을 꾸는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감동받고 뿌듯했던 것은 계획부터 마무리까지 철저히 현지의 필요에 기초해 기획됐다는 점이다. 우리의 관점에서 넘겨짚지 않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실제 교육상황에서까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그렇게 여러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시아 여성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상황은 기가 막혔다.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13살부터 성매매를 시작한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굶주린 아이들에게 이웃의 과일나무를 손대면 안된다는 일을 나쁜일이라고 교육할 수 없었던 이야기, 원치 않은 임신으로 낙태를 위해 날카로운 물건을 질 속에 넣는다는 이야기 등 그들의 이야기에 우리 모두 함께 울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같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있는지 몰랐다고 미안해하며 우는 사람도 있었고, 서로 다른 단체에서 왔지만 함께 연대해 볼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현장에서 일어났다. 그 안에서 이미 무언가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한달이 좀 지났을까, 미얀마 난민캠프에서 여성들이 우리에게서 배운 것을 가지고 직접 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생리대를 구할 수 없어 학업을 그만두게 되는 여성들에게 면생리대는 단순 구호품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의미했다. 이 외에도 교육에서 배운 것들은 여러모로 적용되고 있었다. 외국 NGO 단체가 주관하는 교육의 내용은 좋지만, 실제 현실에선 적용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소식이었다. 이는 선진국에서 사는 우리가 너희들보다 더 잘 알아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절망스러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꿈꾸는 미얀마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하나의 힘과 위로를 얻었다.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용기를 얻었고, 그들의 용기와 생명력을 보고 배웠다. 그렇게 나의 세계가 한층 더 커졌다.

누군가 말했다. 한 사람이 온 다는 것은 그의 일생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이는 시간만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닌 듯 하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가 살고 있는 세계가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나에겐 전혀 낯선 세계였다. 그런 곳이 미얀마에서 온 한 사람을 통해, 나중에는 내가 그곳에 가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특별한 나라가 됐다.

분쟁은 단절과 고립을 가져온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이나 돈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바란다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분쟁지역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가장 바라는 도움은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었을 때 또는 세상과 연결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굳이 큰 각오와 힘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절되고 고립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이자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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