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취재본부는 연말을 맞아 올 한해 동부권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결산특집을 마련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출범한 자치단체별 가장 뜨거웠던 지역 현안을 해당 자치단체 출입 기자가 키워드별로 정리한다.

‘2018 연말 특집’ 기자가 본 동부권 자치단체 결산 <여수시>

권오봉 여수시장 취임 6개월‘무색무취 행정’ 비판 여론
여수시의 미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청사진
각종 논란거리·적폐사업 정리 못하고 눈치만 봐
의회와 잦은 엇박자…무소속 시장 한계‘고립무원’
비전 없고 의지도 빈약, 임기 4년 맹탕 행정 우려

권오봉 여수시장은 지난 10월 8일 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취임 100일 맞이 시민공감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시민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여수시 제공

올해 여수시는 지난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권오봉 후보가 청색바람 속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제7대 시장에 당선돼 새롭게 시정 방향 키를 잡았다.

권오봉 시장의 당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인물론이었다.여수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권시장은 행정고시 출신의 35년 행정 전문가다.

노무현대통령 인수위원회 파견,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장, 전남도 경제부지사, 이낙연 전남도지사 경제특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을 역임하는 등 역대 여수시장 선거 사상 권 시장만큼 화려한 경력의 후보가 없는 것으로 평가 받았다. 무소속 후보로서 민주당 후보에 견줘 조직력의 열세를 만회한 것은 이처럼 인물론이 표심을 파고 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시장 취임 4개월에 접어들면서 여론 주도층을 중심으로 권 시장의 행정 마인드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권 시장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더 살기 좋은 여수, 누구나 살고 싶은 여수’를 만들기 위한 10대 사업을 핵심과제를 제시했지만 핵심과제 상당수가 기존에 이미 발표된 내용들로 새로운 민선7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시민들에게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여기에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나오는 돌고 도는 지역정책을 모아서 짜깁기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 계획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정치인마다 청년일자리, 4차산업, 율촌산단, 세계박람회 사후활용, 섬개발, 시민 소통 등을 말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는 것.

이 때문에 지역 일각에서는 권 시장도 여느 정치인처럼 특색없는 정책으로 일관해 비전 없는 4년의 행정공백이 오지는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민들은 권 시장이 행정 전문가라는 것 때문에 많은 기대를 가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지방행정 경험이 없는 탓인지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타나 비전 제시는 없고 전임 시장 시절 연속사업과 일상 업무 추진 이외에는 특별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권 시장의 이런 밑바탕에는, 중앙부처 관료 시절 젖은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퇴행적 리더십이 지방행정에는 맞지 않아 시정을 매끄럽게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권 시장은 지난 6개월 동안 민선6기에서 진행 중이던 지역내 각종 논란거리와 적폐사업 등을 정리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무능한 행정가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권오봉 시장이 이끄는 민선7기는 선거과정에서 약속했던 민선6기의 시정 구호인 ‘아름다운 여수, 행복한 시민’을 그대로 이어 받았지만, 도시의 미래비전은 ‘시민과 함께하는 해양관광 휴양도시’로 정했다.

그동안 외형적인 성장과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시민들은 물가상승과 교통체증, 지역 간 불균형 개발로 많은 불편을 감내해야만 했던 현실에서 양적성장이 아닌 시민이 만족하고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렇게 출발한 민선7기가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과거 ‘옥상옥’ 논란을 낳았던 시민위원회의 폐지와 함께 새로운 소통창구인 사랑방좌담회 개최다.

그동안 열여섯 차례 진행된 사랑방좌담회는 기존의 형식적인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주민들과 함께 격의없이 대화하는 진솔한 소통의 장이다.

500명 이상의 시민이 청원을 지지하면 시장이 직접 답변에 나서는 ‘열린 시민 청원제도’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총 65건이 접수돼, 7건이 청원등록돼 이중 죽림현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신축문제 건과 관련한 1건이 조건에 성립돼 면담과 공식 답변을 했다.

여기에 숙원 사업이던 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해 기본계획 용역비 6천만 원을 확보해 본격적인 추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초등학생 요금부담 경감 및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10월 1일부터 시행된 초등학생 100원 시내버스 요금제는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제도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 도입에도 불구하고 취임 초기 뚜렷한 정책변화가 눈에 띄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책 변화 지수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선 6기 임기내내 지역을 혼란에 빠뜨렸던 돌산 상포지구 특혜의혹은 감사원 감사를 받아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고, 각종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웅천택지개발사업은 의회에서 특별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는 묵묵부답이다.

임기 초 협약서 내용이 새롭게 공개되면서 ‘노예계약’ 논란을 낳고 있는 전남권재활병원건립을 위한 협약 역시 민선 7기 시정의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뚜렷한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무소속으로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시의회와 잦은 엇박자를 보이며 정치력 한계를 드러내 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수시의회 26명 의원 중에 무려 19명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권 시장이 발군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실제 권 시장이 후보시절 핵심 공약으로 내건 종화동 ‘낭만포차’ 이전 사업비 예산 5억 원이 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취임 이래 첫 정치시험대에서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다행히 최근 시의회 상임위에서 예산안이 표결끝에 5대3으로 통과됐으나 서완석 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수시의 낭만포차 관련 시민여론조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해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 통과 야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5선의 김영규 여수시의원은 시의회 본회의 10분 발언을 통해 “여수의 비전이 보이고 여수의 갈 길이 제시돼야 할 이 중차대한 시기에, 여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민선 5기, 6기에 저질러진 각종 대형 사건들로 인해 여수시가 한치 앞도 못 나가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상포지구 관련 감사원 감사와 웅천지구 특위 논의, 전남권역재활병원 추진의 문제 등을 언급하며 “민선 7기 여수시, 숨을 쉴수가 없다”는 말로 답답함을 호소한뒤 “행정전문가답게 여수의 큰 그림을 그려 달라”고 당부했다.

여수시 한 중견 공무원은 “민선7기 들어 발굴 사업들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행정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어 많은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고 밝혔다.

권오봉 시장은 취임 6개월을 맞은 이 시점에서 민선6기 시절 이어온 산적한 현안에 대한 말끔한 해소도 없고, 민선7기가 제시한 청사진 역시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결국, 민선7기의 성공 잣대는 산적한 현안 과제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동부취재본부/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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