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얼빠진 공무원과 허술한 무등산국립공원

김영창(사회부 기자)

광주시의 한 공무원이 타인의 차량번호판을 위조해 사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사진촬영을 목적으로 손쉽게 무등산국립공원을 드나들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단순히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국립공원과 군부대 차량번호를 위조·행사한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공무원은 공직자의 청렴을 감시·감독하는 시청 감사위원회 소속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수법도 교묘하다. 무등산국립공원 차량 출입 관리자가 퇴근한 사이 주로 새벽시간대에 통과했다. 이 같은 수법은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계속됐다. 결국 지난 달 25일 이를 수상하게 여긴 국립공원 관계자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이 황당한 공무원의 범죄는 덜미가 잡혔다.

하지만 1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아무도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은 문제다. 특히 차량 번호판이 조잡하게 위조됐지만 그 누구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단 한명이라도 유심히 지켜봤더라면 이 공무원의 범행은 단 한번에 멈췄을 것이다. 모두가 얼렁뚱땅, 대충대충 식으로 방관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십개의 CCTV가 설치돼 있는 무등산국립공원이 ‘눈 뜬 장님’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덕분에 군 주요시설, 광주지역 통신시설이 있는 무등산국립공원의 허술한 차량출입 관리가 도마위에 올랐다.

더욱이 이 같은 일이 터진 후 보인 공원 관계자들의 대처 또한 미숙하기 그지없다. 공원 측은 “우리도 최근에서야 (차량 번호판 위조를)파악했다. 사건 전말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며 대책 마련보다는 사건을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차량통제시스템이 자동화 된 상태에서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치부할 지 모르지만 이곳이 군사시설과 통신시설이 설치돼 있는 등 중요도를 감안할 때 보다 철저한 차량 출입관리가 요구됐다. 비록 ‘사후 약방문’이지만 무등산국립공원측은 대책마련과 함께 업무에 더욱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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