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 광주형일자리가 나쁜 일자리인가?
김성진(광주테크노파크 원장)

김성진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지난 6일 광주형일자리 사업이 계약체결 직전에 좌초가 되었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은 완성차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 교육 등을 지원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노사상생의 일자리 창출 모델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생산량이 일정 규모에 이르기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조항을 두고 현대자동차와 노동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장이 지어지면 만들어질 청년들의 일자리 1만 2천개가 시작도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단체협약 유예 여부는 현대차와 노동계 모두 민감한 사안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반값임금으로 낮게 시작했어도 노사협상을 통해 해마다 임금을 올리면 투자할 실익이 없다. 노동계입장에서는 일정기간 단체협약을 유보하는 것은 현행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는 되지만 광주시 협상단에 전권을 위임한 지역 노동계가 잠정 합의안의 내용을 뒤집은 것은 매우 아쉽다. 더욱이 현대·기아차 노조는 협상타결이 임박하자 부분파업에 전면 돌입하였다.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다시 협상을 시작하면 언제든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노동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광주형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라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임금수준을 하향 평균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노동자의 일자리를 감소시켜 이미 포화 상태인 자동차 시장에 위기를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말 광주형일자리는 나쁜 일자리인가? 협상과정에서 알려진 임금수준은 주 44시간 근로에 연봉 3천500만원, 여기에다 주거·의료·교육 등의 복지혜택이 더해지면 초임이 4천만원 수준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대략 임금노동자의 80%정도가 4천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다고 하니, 광주형일자리는 결코 나쁜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특히 광주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2천400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70%에 불과하다. 또한 광주의 청년고용률은 전국지자체중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고 매년 6천명 이상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순유출 되고 있다. 광주형일자리는 광주청년들에게 결코 나쁜 일자리가 아닐뿐더러 광주지역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일자리 이다.

그리고 광주형일자리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임금수준이 하락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임금수준은 회사의 실적과 노동생산성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의 노사관계를 감안하면 회사의 실적이 좋은데 임금수준이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수시장에서조차 수입차들의 점유율이 높아가는 이유도 결국 국산차의 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자동차시장의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위기의 원인을 광주형일자리에 전가해서는 안된다. 현대·기아차노조는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사측과 경쟁력제고를 위한 방안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광주형일자리가 기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도 마찬가지 이유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광주형일자리로 경쟁력 있는 제품이 만들어 지면 수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하면 싸고 좋은 자동차를 팔 수 있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광주형일자리 협상이 좌초된 직후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을 중심으로 300여 개 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염원하는 광주시민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이 자리에서 청년대표는 “광주형일자리는 광주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는데,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다시 좌절하게 되었다”며 협상을 다시 시작해 달라고 호소하였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은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을 내리고 일자리를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갈 곳 없이 내몰리고 있는 지역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사상생 일자리사업이다.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한 활로이기도 하다.

광주시민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광주형일자리의 성공을 염원하고 있다. 노동계가 이러한 민심을 받아들여 대승적 결단을 하여야 할 것이다. 현대차도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협상테이블로 조속히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이해당사자들의 극단적 이기심을 국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공장이 사라지면 일자리도 없어진다는 것을 멀리 미국의 디트로이트가 아닌 군산의 GM공장에서도 목도하지 않았던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광주시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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