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제2부 제1장 무장의 길 <237>

이여송 환영 만찬에 웬 잉어요리가 나왔다.

“아, 이런 귀한 요리가 나왔군.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이여송이 탐스러운 잉어요리를 보고 감격했다.

“우리 부대원이 직접 압록강에 달려가 잡아왔습니다. 내가 이 제독의 입맛을 알고 잡아오게 했소이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이 있다. 팔뚝만한 대찬 잉어를 보자 이항복 대감이 이여송을 접대하리라 마음 먹었다. 이것은 정충신이 내놓은 기지였다. 왕이 초청해 대접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왕이 접대하기보다 이항복이 직접 나서기로 욕심을 세웠다. 왕보다는 그가 운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를 위해서? 자고로 귀빈 접대 중에 여자가 하수요, 향토주가 중수며, 바둑이 고수고, 잉어 요리가 상수라고 했소이다. 품격있는 잉어 요리는 몸을 보하지만, 여자는 머리를 흐리게 하니 작전 실패를 가져온다고 해서 명장일수록 여자를 멀리했소이다. 잉어 요리는 살이 퍽퍽해서 그만큼 맛을 내기가 어렵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지요..”

“여자가 하수란 말이지요?”

“당연히 하수지요. 멋모르는 자들이 나대는 것 보면 꼴사납지요. 조선은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고 있소이다, 하하하.”

“그런데 명군이 이 제독 같지 않군요. 여자 농락이 도를 넘습니다. 그들이 하수로군요.”

이항복 대감의 말뜻을 알고 이여송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

“그 점 내 알고 있소. 한창 젊은 것들이라 양기가 솟아서 그러는 모양인데,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요. 다스리겠소이다.”

“미안합니다. 잉어 요리 강의받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갔군요. 잉어 요리라면 중국이 원조지요?”

그가 말머리를 돌렸다. 할 말을 다했으면 얼른 넘어가야지, 그것을 계속 물고 늘어지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의 맛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중국에는 잉어 요리가 500가지가 있소이다.”

“드셔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김판돌이 압록강까지 달려가 잡아온 것은 이렇게 외교용으로 활용되었다. 사람을 쓰기에 따라서 유용하게도 쓰고, 나쁘게도 쓸 수 있다. 한 사람의 역할을 활용도에 따라서 사용하는 것은 지휘관의 지혜 중 하나인 것이다.

“압록강의 잉어는 식용, 약용, 보양식으로 으뜸입니다. 관상용으로도 일품이올시다. 얼마나 당차고 예쁘고 미끈합니까. 남성미를 그대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석자나 되는 놈을 바라보니 과연 기품이 있소. 먹기가 아깝소이다.”

“이것을 찜을 하거나 죽, 탕으로 끓여서 내놓으면 영양 만점이지요. 밤과 대추, 약재와 함께 끓인 물을 먹기도 하는데, 이 제독이 조선에 머무는 동안 죽 대겠소이다.”

“그러면 비린내가 안나오?”

“요리를 하기 전에 한식초를 탄 물에 담가서 요리를 하니 비린내를 제거하지요.”

“내가 어찌 잉어 요리를 좋아하는 것을 아시오?”

“이 제독께서 요리집에서 잉어의 아가미를 들어 올리다가 잉어가 살아 있는 것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잉어가 제독을 이겼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잉어를 통째로 때려부수라고 올린 것입니다. 명군의 명장답게 시원하게 갈아먹어버리십시오.”

“하하하, 해석이 멋있소.”

“내장을 드러내 조선 참기름에 튀겼으니 잡수시고 나면 내년 삼복까지 복부가 따뜻할 것입니다.”

“하하하, 말 대포 또한 시원하오.”

“옛사람들은 잉어나 가물치 거북이 같은 생물을 영물로 취급했기 때문에 나이 많으신 남자들이 장만하는 음식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몸에서 빠져나가는 원기를 복돋아주니 천리 타국에 출정오신 이 제독은 이것으로 원기백배될 것이며, 조선의 승리도 그 덕이올시다.”

“이 대감은 참으로 애국자요. 선물이든 음식이든 애국과 관련없는 것이 없소. 그러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가상하오이다. 지난번 방조(訪朝) 선물도 조선 지도를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작전전개에 큰 도움이 되었소이다.”

“이번에는 몸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항복은 정충신이 낸 저녁 밥상 지혜를 가슴 깊이 새겼다. 잉어 낚기 체벌에서부터 요리에 이르기까지 연관되는 것이 바로 외교요, 국방이요, 애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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