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꿈을 꾸자!
최유정(동화작가)

글쓰기 수업을 맡았다. 망설임이 없지 않았으나 공동체 활동을 비롯하여 평화 운동을 실천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숨”’책방 제안이라 거절하기가 옹색했다. 그렇더라도 몇 년간 해오던 글쓰기 수업도 작파한 터, 단어와 문장 사이에서 아직도 쩔쩔매는 주제에 글쓰기 수업이라니, 싶었다. 그런 부담감이 체기처럼 가슴에 얹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첫 수업을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글쓰기 수업 구성원은 모두 아홉 명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열 명! 아홉 명 모두가 첫 수업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첫 수업은 우려와 달리 몹시 ‘싱그러웠다’. 싱싱하고 향기로운 사람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열기! 그 싱그러운 열기에 나는 조금 들뜨는 기분이 들었다. 십여 년 전 나도 저 자리에 저렇게 앉아 있었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들자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신 분들에게 죄송스런 마음도 들었다. 죄송스런 마음은 삶을 대하는 고루해지고 낡아빠진 내 태도와 자세를 다시 들여다보게 해주었는데 그저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내고 있을 뿐 요사이 나는 꿈을 꾸며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첫 수업에 온 것이 몹시 후회가 되었다.

글쓰기 수업에 오신 분들은 가깝게는 운암동과 첨단, 멀리는 영광과 목포에서까지 수업을 들으러 온 분들이었다. 글쓰기를 하려는 구체적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그분들의 눈동자엔 꿈이 담겨 있었다. 자신에게로 향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에 두 눈이 반짝거리는 사람들! 나로 살고자 하는 열기에 두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사람들! 꿈을 꿀 때 비로소 진정한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진리를 나는 그날, 그분들의 눈빛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깨달았다. 매우 섬뜩한 경험이었다. 문득, 십 년 전 내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십여 년 전, 나는 엄마와 아내로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그런데도 가끔 또는 느닷없이 허전하고 헛헛했다. 바쁘고 분주한 일상을 살면서도 정작 나만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각, 아이들의 꿈, 남편의 꿈에 묻혀 내 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자각, 엄마와 아내로서의 나는 존재하지만 나 자신으로는 정작 살고 있지 못하다는 자각이 휘몰아쳐오자 나는 몹시 괴로웠다. 나는 나 자신으로 살고 싶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미친 듯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부터 글을 쓰는 일은 평생을 두고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글을 쓸 때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으니 나는 당연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십이라는 나이는 하나도 고민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왕성하게 꿈을 꾸기 시작한 그 지점으로부터 내가 달라지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상을 대하는 내 태도와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꿈을 꾸며 달려가는 내내 나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변화는 내가 꿈을 꾸기 시작하자 벌어진 놀라운 일이었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나 자신으로 살고 있음 또한 느꼈다.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그렇다! 꿈은 놀라운 것이다. 꿈을 꿔야 내 안에 있는 근원적 힘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근원적 힘. 그 힘이 얼마나 엄청난지 꿈을 꿔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십 년 전의 그 질문! 나의 꿈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만약 그 질문이 없었더라면 십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나로 향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없었더라면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는 결단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내 꿈으로 나가는 그 한 발자국! 그 한 발자국이 내 안에 있는 집중과 몰입의 힘, 능력을 경험하게 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그 근원적 힘을 통해 비로소 나를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쓰기 모임에 오신 분들은 각자의 꿈을 향해 용감한 한 발자국을 내딛으신 분들이다. 꿈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신 분들! 그 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 분들을 통해 다시 꿈을 꿔야 할 매우 절실하고 중요한 시점임을 깨닫게 되었으니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하고 싶다. 다가오는 새해! 모두가 꿈을 꾸길 바란다. 그 꿈을 향한 멋진 도전을 하길 바란다. 저기 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나 자신을 향해 성큼 성큼 걸어가는 해가 되길 바란다. 꿈을 꾸는 사람들의 눈빛으로 2019년이 그 어느 해보다 눈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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