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박준일 대기자의 세상읽기

같은 듯 다른 김영록 지사와 장석웅 교육감

남도일보 박준일 대기자의 세상읽기

 

김영록 전남지사와 장석웅 전남교육감이 전국 17개 광역단체장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1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1월 발표한 월간 정례조사에서 김영록 지사는 5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장석웅 교육감은 4개월 연속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에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전남도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선출한 김 지사와 장 교육감 두 분 모두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하니 기분 좋은 소식이다.

김 지사는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전국구 무게감을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 최문순 강원지사보다 앞섰으니 상당히 의미가 있다.

도청 안팎에서도 “과거 깐깐하고 딱딱했던 김영록이 아니다”는 호평을 전해 듣는다.

장 교육감 역시 평교사 출신으로 일선 교육현장을 지켰던 만큼 현장의 가렵고 아픈 곳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중1 교복 무상지원 등 보편적 교육복지와 청소년 미래 도전사업, 작은학교 살리기 등 혁신 교육정책들이 그것들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처럼 모두 직무수행 지지도 평가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취임 이후 지난 7개월간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였다.

김 지사는 조용히 도민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면 장 교육감은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부작용을 노출 시키는 등 조금 요란했던 것 같다.

먼저 김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을 때 만 해도 세간에서는 당시 선당후사를 선택했던 이개호 의원이 갈 자리를 꿰찬 그저 운 좋은 정치인이라는 평이 많았다.

그는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전남도 강진·완도군수와 목포시 부시장, 전남도 행정부지사 등을 거쳐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수석대변인을 지내는 등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냈으니 주요 경력이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그는 철저하게 전남도청 맨 이었지만 정작 같이 근무를 했었던 공무원들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왜냐면 정통 행정관료인 그가 도지사로 입성하게 되면 과거 지나치게 꼼꼼했던 스타일 때문에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간섭하고 나서면“ 피곤할 것이다”는 전제였다.

그러나 그가 도지사로 전남도청에 입성하고서 “과거의 김영록이 아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두 번의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경험한 그는 과거의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한 이미지 대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각계각층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감형으로 달라졌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것이다.

반면 37년간 평교사 출신으로 현장을 지켰던 장 교육감은 아마추어적 한계를 드러냈다. 학교지원센터 구축을 위해 본청 직원들을 대거 일선 현장으로 내보내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행정직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관련 조례개정 추진도 도의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소통부재의 결과다.

조직개편을 위해 지난 3개월간 내부 논의와 전담팀까지 꾸려 151개 학교의 의견을 수렴하고도 조례안도 제출하지 못한 것이다. 의회 규칙상 의안은 회기 시작 전 1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하는 데도 이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서 의회의 거부로 의안 제출이 무산됐다.

본청에 교육 전문직 104명과 일반직 316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조직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일선으로 발령 나는 인원이 교육전문직 6명, 일반직 47명으로 일반직이 8배나 많다.

김 지사가 행시에 합격한 이후 줄곧 꽃길을 걸었다면 장 교육감은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위반죄로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으며 전교조 결성을 주도해 5년 동안 해임되는 등 가시밭길을 걸었다.

다만 김영록·장석웅 두 사람이 국정농단사태로 시작된 촛불혁명에 적극참여하면서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김 지사는 조용히 천천히 함께 가려고 했고 장 교육감은 바쁜 나머지 혼자 또는 특정세력과만 빨리 가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던 장 교육감의 다짐이 떠오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가 자주 인용했던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코사족의 속담이 생각난다.

공존이나 상생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의미다. 두 분께 해주고 싶은 말이다. 또한 전남도나 도교육청 모두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올해는 물론 수년째 전국 최하위 권에 머물러 있는 것은 빼 아픈 대목이다. 양 기관 모두 일부 공무원들의 부패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지사나 교육감의 업무수행 능력은 최상위권인데 조직의 청렴도는 최하위권이라니 참으로 이중적이다. 이 이중적 구조가 개선되려면 공무원들의 민원업무 처리에 대한 인식전환과 부패예방 시스템 운영 등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1위를 계속 지키기는 어렵지만 1위에서 내려앉는 것은 순간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새해에는 김 지사와 장 교육감이 그 1위를 조직과 함께 지키는 행정을 계속해 주기를 전남도민과 함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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