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성숙한 문화관람의식 정착되길

한아리(문화체육부 기자)

얼마전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주역을 맡은 배우가 열연을 펼치는 중인데도 일부 관객들이 아무렇지 않게 옆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핸드폰 불빛을 비춰댔기 때문이다. 심지어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근 국악공연장에서는 핸드폰게임을 하는 초등학생 관람객들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이처럼 공연의 감동과 설렘을 스트레스로 만드는것이 바로 ‘관크’다. 관크란 관객과 크리티컬(critical)의 합성어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비매너 행위를 뜻한다. 관크는 몇년전부터 공연계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휴대폰 사용으로 불빛을 만들어내는 ‘반딧불’, 좌석에서 등을 떼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수구리’, 패딩을 부스럭 대 소음을 내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관크가 계속되는 데는 특별한 규정이나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적정선이 없기때문에 누가보기에는 비매너이지만 때때로 예민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개인의 의식, 매너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편해도 그저 감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해마다 공연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2017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공연시장 규모는 8천132억원이다. 8천억여원대로 진입한 것은 공연예술실태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역에서도 공연계의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광주국립박물관에서는 클래식선율이 흐르고 문화재단공연장에서는 발레 춤사위가 펼쳐지는 등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시장 규모 성장에 뒤따라오지 않는 문화관람의식이 이같은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부디 상황에 맞는 성숙한 관람문화 정착으로 내년 이맘 때 쯤에는 ‘관크’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공연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시민과 문화계의 노력도 함께 뒷받침 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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