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의 편이냐? 아듀! 2018
정용식(본사 상무)

#‘시’ 를 권하는 사회
또 한해를 보낸다. 직장인들은 다사다망(多事多忙/일이 많아 몹시 바쁨), 구직자들은 고목사회(枯木死灰/아무런 의욕이 없음)라 했다. 자영업자는 노이무공(勞而無功/애만 쓰고 보람은 없다), 교수들은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으로 표현했다. 2018년! 모두가 힘들고 고달픈 한해였나 보다.

‘누구나// 눈물 한말 한숨 한 짐씩 짊어지고 //밤하늘의 별들 사이를 헤매며 산다.//

시인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따라가다 보면//시가 헤매는 우리 마음을 잡아줄지도 모른다.’는

김용택 시인의 싯구 때문인진 몰라도 시집을 한권 샀다.

연말엔 정화(淨化)시켜야 할 그 무엇이? 아님, 한해를 살아 온 수고에 대한 위로 받고 싶어서? 하여간 그랬다. 경제경영, 처세 취미, 에세이등 코너를 거쳐 가까스레 찾은 귀퉁이 시집 코너를 뒤척였다. 베스트셀러 코너를 지나오며 마주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라는 책을 하마터면(?) 살뻔 했다.

「내면 깊숙이 할 말 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곽재구 ‘사평역에서’중)

현실은 기성세대가 돼버린 우리에겐 침묵을 강요한다. 꽁꽁 얼어 붙은 ‘사랑의 온도탑’ 소식과 함께 윤창호법이니 김용균법이니 이름과 맞바꾼 젊은이들의 죽음이 가슴을 에리게 한다. 국회의원의 갑질 논란과 함께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는 새내기 항공보안요원의 좌절소리도 귓전에 울린다. 고용지표, 출산지표, 워라벨 지수, 도박지표 실업지수. 광주전남이 최악이라고도 한다. 이래 저래 세밑 한파다.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울컥 울음이 터졌다.

멈출 수 없어 그냥 두었다

오랫동안 오늘 이전과 이후만 있을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곽효환 ‘그날’ 중>

어른들을 텔레비전 앞에서 울게 만들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냐?’는 말로 청춘들을 위로할 수밖에 없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젊은 세대에겐 ‘아프니까 청춘’은 그저 메아리되어 허공으로 퍼진다.

# “언제 밥 한번 먹자.”
「그날 그 거리에서 내가 던진 돌멩이는

지금쯤 어디로 날아가고 있을까

혁명의 연기가 벚꽃 자욱하게 지는 저녁에

나는 평안하다 미안하다

늦은 밤의 술 약속과

돌아와 써야할 편지들과

잊힌 무덤들 사이

아직 떠다니는 이쁜 물고기들

벚꽃 아래 누우니

꽃잎마다 그늘이고

그늘마다 상처다

다정한 세월이여

꽃 진 자리에 가서 벌서자」(오민석 ‘먼행성’중)

우리는 이젠 네편 내편 나누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그저 우물 속에 비친 슬픈 자화상을 접하며 살아간다. ‘꽃 진 자리에 가서 벌’ 설 수도 없어 새해 바람이라도 빌며 위안 받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사회. ‘구부러진 길’ 같이 울퉁불퉁 가족과 이웃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말이다.

올해가 가기 전 또 한권의 시집을 사고 싶다. 시인이 누군지 의미 없다. 그저 힘들어 하는이에게 위로를 주면 좋겠다. ‘시장골목 국밥집 텁텁한 막걸리 잔처럼. 희망은 그렇게 오는 것’ (조진태) 이라고 희망을 노래해도 좋겠다. ‘너는 누구 편이냐? 라며 자꾸 편가름 짓는 사회에서 ‘오늘은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누군가에게 기뻐할 일을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을 주면 더 좋겠다. 뻔한 말 일지라도 ‘언제 밥 한번 먹자’며 등이라도 토닥이며 위로하고 그 말에 약간의 책임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세밑이다. ‘땀방울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믿음속에 서로가 희망을 나눌 수 있는 2019년이 되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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