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으로 나눔 실천…이웃에 전하는 사랑·온정
각자의 마음 모여 아름다운 지역 공동체 만들기 ‘앞장’
인술 펼치고 법률 지식 나누고…다양한 문화기부도
평범한 우리네 이웃 이야기 통해 ‘행복 바이러스’ 전파

생에서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시간은 어떤 지점일까. 누군가 묻는다면 바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받는 게 아닌 주는 행복을 얻는다는 것은 살아가며 알게 되는 가장 큰 깨달음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눔을 어렵게 여기기 마련이다. 물질적 풍요가, 특별한 재능이 기반이 돼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눔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웃을 배려하는 온정, 내가 가진 소소한 것을 함께하려는 마음이 바로 나눔의 시작이다.

재능 나눔은 더더욱 그렇다. 직업도, 가치관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남에게 베푼다는 건 소박하지만 소중한 나눔의 방식이다.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찾아가 머리를 손질해 주는 미용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이를 위해 무료 법률 상담을 해 주는 변호사, 치료비가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에 이르기까지. 본보는 2019년 기해년을 맞아 다양한 나눔을 펼치며 사랑을 전파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의 해외 의료봉사 활동 모습.

◆인술로 마음까지 치유하다=지난 2005년 지역 의료인들은 전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새터민 등 의료 사각지대 소외계층이 늘어나자 센터를 만들었다. 바로 광주이주민건강센터(옛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외국인 유학생에게 인술을 펼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센터는 광주 광산구 산정동 허름한 상가 2층에 진료소 문을 열었다가 지난 2017년 11월 광주 광산구 우산생활건강지원센터 3층에 진료상담실까지 갖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무료 진료를 했다. 지난해 3월부터 목요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평일 진료도 하고 있다. 센터가 그동안 진료한 환자는 중국, 베트남 등 35개국 출신 3만여명에 달한다.

센터는 그동안 이주민 건강지킴이 역할은 물론이고 의료인과 시민들의 자원봉사 공간이 됐다. 특히 무료 봉사활동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는 물론이고 행정, 통역 등 전문 자원봉사자 150여 명의 헌신적인 노력과 후원 때문에 가능했다.

지역 의료인 등을 주축으로 꾸려진 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는 수 년간 해외 의료봉사 활동과 다문화 가족 지원에 적극 나서며 광주정신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아시아희망나무는 인도네시아 쓰나미, 파키스탄 지진, 필리핀 홍수, 네팔 지진, 라오스 댐 붕괴 등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자연재해에 긴급구호단을 파견하며 나눔과 연대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2014년 개소한 캄보디아 광주진료소를 이끌며 40여차례에 달하는 해외 의료 봉사를 통해 제대로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캄보디아인들에게 희망의 인술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광주고려인마을 고려인법률지원단이 매주 1회 찾아가는 법률지원단 활동을 통해 법률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다.

◆법률 지식 나누고 공익 변호까지=지난 2015년 5월 설립한 비영리단체인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은 광주·전남 지역에 공익전업변호사가 상근하는 유일한 단체다. 존엄과 권리를 상실한 이들 곁에서 법의 언어로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동행’은 지역을 중심으로 여성과 아동, 장애인, 이주노동자, 난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공익소송과 자문, 법률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용채 변호사가 비상임대표로, 이소아·권소연 변호사가 상근하고 있는 ‘동행’은 단순히 재능기부 단체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들은 인권은 시혜적으로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당연히 ‘보편적으로’ 누린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전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재능이 모여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사실은 재능 나눔 취지와 부합하는 측면이 많아 내년에 꼭 소개할 계획이다.

광주고려인마을 고려인법률지원단은 법률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고려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광주YMCA시민권익변호인단(단장 윤춘주)이 지원단을 구성해 지난 2017년 8월 출범한 법률지원단은 당시 강행옥 변호사가 ‘영주권 브로커’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고려인 사건을 수임하면서 이들의 아픔을 씻어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며 시작됐다.

이후 강행옥 변호사를 비롯한 김나윤, 김경은, 김지현, 노강규, 송지현, 신광식, 윤춘주, 이민아, 정인기, 최형주, 홍지은, 김상훈 변호사 등이 참여해 법률지원단을 발족했다. 또 정강희, 이정봉, 이진훈 노무사가 힘을 보태 노무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매주 1회 찾아가는 법률지원단 활동을 펼치면서 1년 넘도록 400건 이상의 법률 지원에 나서는 등 고려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해광스튜디오 양이호 대표가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가족사진 촬영에 앞서 어색한 포즈를 다듬어 주고 있다.

◆소외계층 사진촬영·다문화 대상 악기레슨까지 ‘다양’=“어르신, 여기 보세요. 자~ 김치” 찰칵 소리와 함께 현재의 시간이 필름 속에 저장된다.

광주 지산동에 소재한 해광스튜디오의 양이호 대표는 십 수년간 장애인,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사진촬영에 나서고 있다. 각박한 삶 속에 선뜻 ‘사진 한 장 남기자’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이들에게 소중한 가족 사진을 선사하고 가족이 없는 어르신들에게 영정 사진을 찍어주는 양 대표는 자신의 직업적 특성을 살려 나눔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타국살이에 지친 다문화 가정에 한 줄기 행복을 선사하는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재능기부도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전파한다.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지난 2010년 다문화 M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매주 재능기부로 무료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가족 70명 등이 단원으로 구성된 다문화 M오케스트라는 최근 지역의 일반가정의 가족들도 합류해 정기공연과 행사 등을 펼치면서 음악으로 교류하고 하나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배움에 목 마른 어르신들을 위해 야학에서 자발적으로 재능 기부하는 대학생들, 평소 거동이 불편한 소외계층을 위해 무료로 머리를 손질해 주는 가위손까지 다양한 재능으로 나눔을 베푸는 이들의 소중한 시간들을 본보는 향후 지면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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