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F’ 협상은 쟁취가 아닌 양보

<김상준 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 운영위원>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 거버넌스’가 1월 초에 구성될 예정이다. 민·관 거버넌스가 본격 가동되기 이전에 다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문제해결형 협의체는 모두가 만족하는 해답을 얻기란 참으로 어렵다. 협의체가 꾸려지기 전까지 각자가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상대 의견에 대한 자신의 반대 논리가 정답으로 고착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를 통해 서로 상처받지 않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사업자는 이미 투자한 자본의 회수가 가장 중요하다. 사업자는 문제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한 자본이 회수된다면 SRF 사업장을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이다. 산자부는 SRF 열병합 발전소 설치 인허가를 책임지지만 시민 반대에 부딪힌 사업이라면 인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으므로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지방정부인 나주시다. 나주시는 시설의 건축 및 사용 허가시 시민 반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마지막 시민대표인 범시민대책위원회다. 시민들은 협상의 결과가 자신들이 원하는 바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결과로 받아들이고, 협상대표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생길 것이다. 이들은 SRF 열병합 발전소를 잘못된 사업으로 정의하고 정부가 인허가를 취소하고 사업자가 물러나는 완전한 승리만을 정답으로 생각할 것이다.

세 주체 모두 거버넌스를 통해 자신들의 정답이 쟁취돼 “나는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협상의 본질이다. 협상은 내 것을 쟁취하는 것이 아닌 내 것을 양보하는 것이다. 쟁취는 협상이 아닌 투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거버넌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각자 양보할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어 둬야 한다. 시나리오에는 자신의 주장이 완전히 관철되는 것뿐만 아니라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양 극단도 포함된다. 각 시나리오별로 손해와 이득뿐만 아니라 요구할 반대급부도 분석해 둬야 한다. 거버넌스가 운영된 후 부랴부랴 대책을 만들면 일방적 손해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또한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협상 대표자의 선정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역난방공사에서는 기존 의사결정 라인이 아니고 새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고위급 인사가 거버넌스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유연한 협상을 할 수 있다. 기존 실무자나 의사결정자는 사업장이 정리되는 경우 기회비용이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직 하나의 답지만 있고 또 다른 대안은 생각하기 어려워 양보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 할 것이다.

나주시도 기존 실무자나 책임자는 협상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어 의사결정을 고수하려 할 것이므로 보다 상위 직급이 참여해야 한다. 나주시는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시민들은 이미 나주시가 지역난방공사 쪽으로 편향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재자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의사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직급이 참여해야 한다.

범대위는 거버넌스에 참여한 대표가 집단의 정답대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대표를 비난 또는 교체하거나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서 투쟁을 이어가서는 안된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집단으로서 범대위는 단일대오이지만 개인 측면에서는 모두 동일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범대위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강경파, 중도파, 온건파가 모두 거버넌스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세 주체 모두 양보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어서 다양한 협상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협상과정에서 어떤 카드를 내밀어야 조금이라도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협상 참여자들이 유연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기존 의사결정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사를 참여시키고 결과에 대해 협상 참여자나 기존 실무 또는 의사결정자가 책임지도록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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