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의 너, 조현병

김나윤(광주광역시의원·변호사)

김나윤 광주광역시의원
조현병, 어느 순간 우리에게 익숙해지면서 동시에 공포감을 들게 하는 단어가 되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30대가 동네 노인을 묻지마 폭행’, ‘방화범 조현병 앓고 있어…’ 등 뉴스에서는 심심치 않게 조현병과 관련된 사건·사고 소식을 접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2월 31일 한해를 마무리하는 화려한 연말연시 각종 시상식 소식 사이에 ‘서울 모 병원에서 조현병 환자에 의해 담당의가 살해’되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2018년 마지막을 조현병이라는 단어로 마무리 짓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병이란 단어가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조현병이란?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했다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2011년 경 정신분열이라는 단어가 주는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약사법에서 조현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 라는 뜻이다. 악기의 줄이 잘 맞지 않으면 제대로 연주할 수 없듯이 환자의 신경계에 생긴 이상으로 행동이나 마음에 문제가 나타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이름을 바꾼다고 오해와 편견이 줄어들까 싶겠지만 일본과 홍콩의 예를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일본은 2002년에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으로, 이와 비슷한 시기에 홍콩은 사각실조증(思覺失調症)으로 바꾸었다. 둘 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거나 조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개명 결과 사회적 편견이 줄고 치료 효율성이나 인권 측면에서 개선되었다고 한다.

조현병의 특징은 피해망상, 환청 등으로 명확한 발병원인은 없지만, 아무래도 현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트레스가 한 요인이 아닐까 한다. 실질적인 조현병의 증상으로는 ‘환각’, ‘환청’ 등으로, 뇌의 착각으로 혼자서 대화를 한다거나 헛것을 보는 경우도 있다. 이 병은 10에서 20대에 주로 발병하여 영구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정신과 질환에 대하여 터부시하는 사회적 풍토로 인하여 가족끼리 쉬쉬하고 병원가기를 꺼려하여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조현병에 의한 범죄는 인지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조현병에 의한 사건은 어제, 오늘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잔인성과 폭력성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형법상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가 인정되면 형을 필요적으로 감경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범죄의 잔인성과 엽기성으로 인해 이 규정을 개정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지속되었고, 결국에는 지난해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제기된 심신미약 피의자에 대한 처벌 감경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100만 넘는 116만 명에 달했다. 그 결과 지난 12월에 일명 ‘김성수 법’이 통과되었고, 심신미약자이면 반드시 형을 감경해야 했던 규정이, 이제는 상황에 따라 감경할 수도 있다는 임의적 감경사유로 개정되었다. 물론 심신미약에 대한 판단은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최종적으로 판사가 판단하게 되지만, 적어도 심신미약임을 주장하더라도 형을 반드시 깎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조현병은 하나의 질병이라는 점이다. 형사처벌만으로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현재의 한국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취업난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다. 때문인지 정신질환자들의 강력범죄도 최근 4년간 3만 건 이상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필요이상으로 정보가 넘쳐나고 스트레스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살다보면 갈수록 이러한 병에 걸린 사람들은 늘어 날 것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심해질 것이다. 문제는 이들은 노출되지 않고 우리의 이웃으로 친구로 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따로 격리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자신의 일터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조현병 환자에 의해 원치 않는 사건을 겪게 되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는 것을 방지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철저한 시민보호책과 관리 체계, 사회안전망 등 다각적인 새로운 체감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슨 이유이건 황당한 강력범죄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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