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19년 만에 총파업 지점 가보니

“큰 혼란 없었지만…” 광주 일부 지점 고객 헛걸음

거점점포는 모든 업무 가능·일선 지점은 입출금만

광주·전남영업그룹 대출업무 가능 점포 파악 못해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 8일 오후 광주 동구의 한 KB국민은행 지점의 영업점 문앞에 대고객 안내문이 붙어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 8일 오전 광주 서구 국민은행 화정동 지점은 큰 차질 없이 업무가 이뤄지고 있었다. 평소처럼 5개의 창구에서 이뤄진 고객 응대는 별다른 혼선 없이 비교적 평온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광주 동구 광주지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기자가 많기는 했지만 평소와 같이 15~20분을 기다리면 대체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총파업에도 화정·광주지점이 업무에 혼선을 빚지 않았던 건 두 지점 모두 광주지역 거점 점포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측은 총파업에 따른 업무 마비를 우려해 이날부터 모든 은행업무가 가능한 거점점포를 전국 411곳에서 운영했다. 광주와 전남의 거점점포는 각각 11곳과 7곳이다.

하지만 거점점포가 아닌 일선 지점의 상황은 180도 달랐다. 광주 서구 금호지점과 북구 풍향지점 등은 점포 문을 열긴 했지만, 입출금 업무만 가능했다. 파업 사실을 모르고 대출 등 업무를 보러 지점을 찾은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금호점과 풍향점 관계자는 “모든 영업점이 문을 열고 대출을 제외한 입출금 등 대부분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출업무는 고객들에게 인근에 대출업무가 가능한 거점점포를 안내하거나 다음날 오전에 방문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측은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직원이 5천500명으로 전체 직원의 약 35%라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은 9천 명이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총파업 출정식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처럼 국민은행이 19년 만에 파업에 나서면서 고객들의 불편을 야기한 가운데 광주·전남영업그룹 일부 관계자들은 거점지점 파악 및 대출 업무 여부 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영업점 직원들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게시된 거점점포 현황을 묻는 질문에 자신들 영업점 상황만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만 되풀이 했다. 국민은행 홈페이지에는 ‘8일은 노조 파업으로 영업점 이용 시 혼잡이 예상된다’는 대고객 안내문과 함께 거점점포 현황을 게재했다.

광주·전남 영업그룹 한 관계자는 “광주 전역에 있는 점포들은 대출업무를 다보고 있기 때문에 업무를 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거점지점만 대출 업무를 한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고 말했다.

고객 김 모(34)씨는 “파업하는 상황을 알고 있어서 혹시 문을 닫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입출금 업무는 하고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큰 불편은 없었지만 대, 파업까지 하는 상황에 무슨 업무를 볼 수 있는지 직원들 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으면 고객들이 어떻게 믿고 예금을 맡길 수 있겠냐”며 토로했다.

이번 파업은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이었던 만큼, 9일부터는 조합원 전원이 정상 출근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파업이 이어질 수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사흘간 2차 파업이 예정돼 있으며 노조는 설 연휴 조합원 집단휴가도 함께 독려 중이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