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진상규명을 위한 제언 1
정준호(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5·18진상규명 특별법은 9월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조사위원 추천이 늦어지면서 해를 넘겨도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비로소 3명의 위원을 추천했다. 추천된 인사들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겠으나 어쨌든 이로써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출범할 수 있는 기본요건은 갖추어진 셈이다. 올 한해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이 사회적 쟁점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5·18진상규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제언을 몇 차례 나누어 이 지면에 올리고자 한다.

비상계엄이라고 하더라도 비상계엄에 관한 법적 준거와 비상계엄 하에서의 진압작전의 원칙이 마련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럼에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광주에서의 진압행위는 비록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즉 상명하복의 불가피성으로 모든 것이 덮어지거나 용서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인권법에서 적시하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 집단학살과 집단성폭행, 그리고 사체의 훼손과 유기는 명령권자는 물론이거니와 그 실행에 가담한 최종행위자까지 밝혀 사법심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만약 5·18진상규명 특별법이 가지는 한계로 인하여 그 진실을 끝까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이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들과 피해자들의 진술을 종합하여 검찰에 제공하고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검찰은 공소시효에 관한 문제, 불소급에 관한 문제와 상관없이 철저한 수사와 기소를 원칙으로 임해야 한다. 그런 문제는 검찰이 기소를 한 후에 재판정에서 다툼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검찰의 수사기피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판과정에서도 이미 1995년 12월에 제정된 공소시효를 정지한다는 내용의 특별법과 불소급 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다는 점에서 다툼의 여지는 없다고 본다.

1994년 11월부터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공소권 없음’결정을 번복하고 재수사를 시작해 1995년4월 기소에 이르기까지 광주의 5·18공동대책위원회가 제시했던 수사대상과 현장조사에 형식적으로 응했을 뿐, 진실을 추적하고 규명하는데 많은 한계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의 재수사 및 기소 과정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어쨌든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각적인 조사를 실시했고, 16만 쪽에 해당하는 방대한 수사기록의 곳곳에 그 흔적이 남겨져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검찰이 그동안 정치, 사회적 상황과 완전하게 독립적이지 못했던 이력으로 본다면 기소대상의 축소를 비롯한 여러 문제점이 있음에도 나름의 성과는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의 과거청산 사례에서도 진실을 기본전제로 한 화해와 처벌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어떤 경우는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어떤 경우는 실패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기회를 통해 정리하고자 한다. 다만, 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은 아르헨티나의 눈까마스 보고서와 같이 제대로 된 보고서가 생산되어 그 보고서 안에 지속가능한 과거청산의 방법과 의지가 담겨진다면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는 자기역할의 상당부분을 평가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는 인력과 시간의 제약, 강제조사권을 부여받지 못한 점 등으로 조사의 실효성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5·18진상규명특별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사의 의뢰, 대통령에게 의제의 요청, 특별검사의 요청, 청문회 실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 의무화, 민간단체의 위임과 위탁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는 그런 법률규정을 잘 활용한 다양하고 효과적인 기획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민간의 위임과 위탁만 하더라도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정의를 위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활동을 해 온 시민사회단체가 많다는 점에서 이 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의 제약 때문에 한계가 있는 조사대상 중에 명백하게 증거가 존재하고 관련 피해당사자가 존재한다면 이를 수사의뢰하거나 사안에 따라 청문회를 실하거나 특별검사제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획을 통해 언제까지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숨기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할 때 가해자들의 양심적인 증언과 제보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들에게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가 국민의 알권리 수준을 넘어 ‘정의실현자’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는 위원회로 신뢰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