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정용식 상무의 남도 섬 이야기-완도 평일도
바다도 마을도 온통 검푸른 ‘평화로운 섬’
때묻지 않은 자연미 그대로 간직…국내 최대 다시마 생산지
아름드리 송림 가득찬 1.2㎞ 데크· 몽돌해변길 절로 ‘탄성’
우럭·전복·전어·자연산 해삼 등 먹거리도 풍성한 ‘부자섬’

정용식 남도일보 상무

언제 한파가 있었냐며 새벽녘에 봄비(?)가 내렸다. 출발 땐 화창해졌지만 우리네 옷차림은 아직 한겨울임을 알고 있다는 듯 두텁기만 하다. 1월 남도섬사랑모임 6차 섬 기행을 떠난 12일 아침은 그랬다.

평일도! 생소하다. 유인도 60개, 무인도 143개를 품은 완도의 5개 고등학교 중 하나가 있는 섬이니 꽤 큰 섬인가 보다. 금당도와 평일도, 생일도를 합해 금일읍이 되었고 읍소재지다 보니 본래의 이름보단 금일도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금당면과 생일면이 제자리 찾아가고 평일도와 주변 43개 유·무인도, 부속도서로 금일읍을 이루고 있다. 평일도 가는 길, 휴게소 하나 없다. 강진 마량을 거쳐 연도교로 연결된 고금도와 약산도를 지나 당목항에 두시간여를 넘겨 도착했다.

‘평일도’에는 매 30분마다, 생일도에도 하루 7번 정도의 배편이 있는 항구라지만 단체 관광객을 처음 대한 듯 관리인들의 서비스는 조금 낯설다. 물류왕래가 중심인 평일도야 그렇다하더라도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고자하는 생일도의 첫 관문인데 아쉬움이 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완농페리3호’는 섬과 섬 사이를 20여분 가더니 ‘일정항’에 도착했다. 정겨운 인상의 최광윤 금일읍장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반갑게 맞이해준다. 일행분의 제자란다.

개도(開島)이래 외침을 받지 않은 ‘평화로운 섬’평일도는 섬 모양이 하늘을 보며 달리는 사자모양같아 ‘사자섬’이라고 불렸는데 문어 다리처럼 섬이 들쭉날쭉 해안선이 무척이나 길어 보인다. 

복잡한 해안선과 주변의 많은 섬들로 인해 물이 잔잔하여 양식업이 잘 되는가 보다. 우리나라 다시마의 60%가량인 연 6만톤을 이곳에서 생산하는데 그중 7천톤만이 식탁에 오르고 5만3천톤은 전복 먹이라고 한다. 

완도가 전복의 주 양식장인 이유를 알만하다. 다시마로 부(富)를 쌓은 금일수협이 완도군 수협을 흡수하였다 하니 다시마 위력이 실감난다.

바로 옆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된 ‘생일도’에 가지 않고 다시마 밖에 없는 이곳에 오셨느냐는 금일읍장의 걸쭉한 사투리와 재미를 더한 평일도 설명을 들으며 한창 확장 중인 완도 수협 본점

소랑대교와 소랑도
전남 완도군 금일읍에 자리잡은 평일도(平日島). 금일읍의 주 섬이며, 남쪽의 소랑도와는 연륙교를 통해 연결돼 있다. 평일도는 개도(開島)이래 외부 침략을 받지 않은 ‘평화로운 섬’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 다시마 최대 생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과 읍사무소가 있는 본전통을 지나 송림 숲이 울창한 월송리 마을 식당에 들어섰다.

깔끔하고 잘 정돈된 음식점은 우럭매운탕, 전복구이, 전어무침 등 푸짐한 상차림으로 반겨준다. 식당 바로 앞에 ‘송림이 울창하고 달밤의 경치가 아름답다’하여 붙여진 월송리(月松理) 해송림이 있다. 몇그루나 될까? 아름드리 송림들로 가득찬 1.2㎞에 달하는 데크길과 양탄자 같은 두텁게 쌓인 솔잎길을 걷노라면 세상을 달관한 도인(道人)이 된듯하다. 호리병처럼 움푹 들어온 해안과 에메랄드 푸른바다지만 속살이 훤히 내비치는 청명한 몽돌해변을 접한 해송길은 굳이 달밤이 아니어도 멋지고 세파에 시달린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금일 명사십리

평일도에서 가장 높다는 234m의 망덕산이 지척이다. 한달음에 올라갈 낮고 밋밋한 뒷동산 같지만 그곳에 오르면 다도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장흥 천관산, 고흥 녹동, 금산, 거문도까지 펼쳐진다고 하나 일정상 코앞에 두고 가지 못해 안타깝다.

송림 숲길이 끝나고 포장 길 따라 5분여 걸어가니 금방 가꾸고 있는 듯한 펜션과 널따란 백사장이 나타났다. 길이 4㎞, 폭 200m라는 명사십리(明沙十里)해수욕장, 신지 명사십리(鳴沙十里)처럼 울명(鳴)을 쓰기도 한다지만 모래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가늘고 아름다운 모랫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월송해수욕장’, ‘사동해수욕장’ 등 지명이 붙기도 하지만 ‘해당화 명사십리’라는 이정표를 보니 해당화와 연(緣)이 있나 보다. 아직 찾는 이들이 적은 듯 자연 그대로, 꾸밈이 덜하다.

금일 일정항앞 다시마와 전복양식장

수평선이 보이는 남해바다 정취 속에 겨울 햇살을 따갑게 받고 있는 모래사장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며 십리를 걷는다. “눈덮인 들길을 걸어갈 때 아무렇게나 걷지 마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라는 서산대사의 답설가(踏雪歌)를 떠올리며…. 해변 끝자락 사동마을과 천혜의 피항처로 보이는 사동항을 지나니 소랑대교가 나타난다. 해수욕장에서 멀리 멋스레 보였던 빨간 철재아치와 대교라고 부르기엔 왠지 어색한 짧은 다리지만 애환이 느껴진다. 다리를 넘자 먼저 반기는 것은 ‘청해(靑海)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소랑도’ 표지석이다. 섬모양이 소라(소랑은 사투리)와 비슷하다.

‘…나룻배 건너간다 욋소리하며 갈매기를 벗 삼아 노 젓는 뱃사공 / 친정 갔다 돌아온 수많은 여인네들 / 나룻배가 언제 오나 우리낭군 언제 오나/ 기다리다 지쳐버린 한 많은 뭇소리 선창 / 언제나 걸어서 내고향 가볼까 / 아, 아 이제는 풀었구나 한 많은 설움…’ (송덕비에서-글 신상례)’ 2006년말 개통기념 송덕비가 커다랗다. 헤엄쳐 갈만한 거리를 나룻배 타고 왕래하다가 큰 화를 겪었을 수십년전의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게 한다. 다리 끝자락에 옹기종기 앉아 소랑도 할머니가 빚었다는 밀주에 읍장님이 준비해 준 손바닥만한 전복구이, 회무침, 양동이에 가득찬 갓 잡아온 해삼은 섬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걸쭉하고 텁텁한 할머니표 밀주(密酒)는 어릴 때 막걸리 심부름하며 몰래 홀짝거렸던 그 맛, 그 느낌 그대로다.
 

금일 해수욕장

마을도 바다도 온통 검푸른 평일도! 모든 밭들은 다시마 건조장으로 파란망을 뒤집어 쓰고 있다. 고구마, 파, 보리농사는 옛말이 되어 마을에서 먹을 것이라곤 다시마와 전복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한다. 예전엔 미역공장도 100여곳이나 됐으나 이젠 8곳만 남을 정도로 온통 다시마다. 그래서인지 외지인을 위한 숙소도 식당도 변변찮다고 너스레를 떤다.
 

남도섬사랑모임 회원들 금일해수욕장에서 기념찰영

일정항에서 나가는 배도 결항이다. 덕분에 1시간여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뱃길도 보이지 않도록 한없이 펼쳐진 다시마 양식장과 전복 양식장의 평온함에 동화된다. 닭띠 회원 다섯명은 옛 친구들 만난 것 마냥 친숙해지며 ‘오골계’라는 모임도 금방 만든다. 

장흥 회진과 씨름으로 겨뤄 가져왔다는 7개의 무인도, 칠기도(七技島)가 먼바다에 병풍을 치고 있다. 저 섬이 뭐길래, 회진이면 어떻고 금일이면 뭐가 달라질까? 항상 그 자리에 있는데…. 섬들은 육지가 되길 원한다. 이 곳도 당목에서 금일까지 금일에서 고흥 금산까지 연도교 사업이 숙원이란다.
 

다시마 양식장

부자섬(?)답게 먹거리 여행이 되었다. 우럭, 전복, 전어, 자연산 해삼에 소랑도 밀주까지 푸짐하다. 당목항 양식장 앞에서 갓잡은 광어회 맛 또한 어찌 잊겠는가? 미운사위 끓여준다는 매생이 한움큼,다시마,미역 특산품까지 따스한 봄(?)날씨와 함께 몇분의 회원덕분에 마음도 따뜻해 진다. 2월의 여수 금오도, 안도, 연도의 1박2일 기행은 또 어떤 기쁨을 선사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감에 설렌다. 사진제공/김소영·진유화 회원

다시마 건조장
월송 해송림
일정항에서 바라본 칠기도
전복과 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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