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고급차량은 왜 외국산타이어만을 부착할까?
최홍엽(조선대 법학과 교수·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최홍엽 조선대 교수

대표적인 국산 고급(프리미엄급) 차종은 국산타이어가 아닌 외국산 타이어를 부착한 채 출고된다. 현대기아차는 제너시스, K9과 같은 고급차종에 대해 국산타이어를 끼우지 않고, 미쉐린, 콘티넨탈, 브릿지스톤 타이어와 같이 외국산타이어만을 부착하여 출고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현대기아차가 자차에 끼우는 타이어의 종류가 나와있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G70에는 프랑스의 미쉐린과 일본의 브릿지스톤 타이어, G80의 경우에는 미쉐린과 독일의 콘티넨탈 타이어, EQ900의 경우에는 미쉐린과 콘티넨탈을 끼우며, 기아자동차도 고급차종인 K9에서 콘티넨탈과 미쉐린 타이어를 부착하여 생산한다고 홍보한다.

해외 유명메이커들의 타이어는 가격은 비싸지만, 고급차량이라는 이미지를 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국산타이어에 대한 차별이며, 현대기아차 국내고객의 선택폭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타이어업계에서는 타이어를 OE용과 RE용의 두 종류로 나눈다. OE용 타이어는 신차 출고용이며, RE용 타이어는 출고 후에 교체용을 의미한다. 국내 고급차는 외국산 타이어를 달고 출고되므로, 국내 소비자들도 교체시에 외국산을 찾는 경향이 생기게 되며, 출고시의 OE용 타이어는 대량으로 소비되므로 외국산 타이어업체에게는 현대기아차가 반가운 고객이 된다. 반면에 국내 타이어업체는 그만큼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이를 두고 개별 사기업의 방침일 뿐이라고 넘어가 버릴 수도 있으나, 자동차산업이 국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국내자동차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 국내 제조업 전반이 동반해서 어려워진다. 현대자동차가 수출과 내수가 어려워지면, 후방 연관산업인 제철이나 자동차부품산업도 어려워지며, 전방 산업인 타이어, 자동차판매업, 오디오 등 전기장치산업도 함께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국내 제조업이 불황에 이르게 되자, 현대기아차와 같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국내타이어 업체들도 국내 완성차업체가 어려워지자 그만큼 위축되고 있으며, 국내 타이어 시장에도 외국의 유명 메이커들이 대부분 진출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완성차업체와 타이어를 비롯한 국내 부품업체들이 동반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대기아차가 프리미엄급 차종에서 국산타이어를 출고시부터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 국내의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은 나름의 기술력을 자랑하며, 세계 6위 또는 세계 12위 안팎의 생산량과 품질을 기록했으며, 각각 프리미엄급 타이어를 생산한다. 그리고 독일 등 세계의 고급차량도 국산타이어를 OE용으로 출고단계에서 장착하여 생산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또 고급차량을 구입하는 국내소비자들 중에는 첫 구입시에 외국산 타이어를 쓰다가 교체시에 국산 고급타이어로 갈아타는 분들도 많다.

차제에 고급차종에도 국산 고급타이어를 부착하여 출고함으로써 현대기아차의 가격경쟁력도 높이고, 국내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견이다. 모두 국산타이어를 부착하여 출고하자는 말이 아니라, 국내의 대표적인 업체인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 등의 프리미엄급 타이어도 OE용으로 출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고객들은 국산타이어를 장착한 고급차종을 새차로 살 수도 있으며, 치열한 경쟁의 와중에 있는 국내 타이어업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와 부품회사들이 동반해서 현재의 불황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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