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주당, 초심(初心) 회복해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여권 전체에 쓴 소리를 하고 나섰다. 이 총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여권 전체에 ‘겸허한 자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이 총리는 전날 라디오인터뷰에서 각종 의혹에 대응하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방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유감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총리의 이틀 연속 작심발언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초심을 잃고 자만해 있으며 정부 부처 역시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종 의혹에 대응하는 청와대·여당 인사들의 ‘무조건 부인’과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에 민심이반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가 관련된 김태우 특별감찰관의 민간인사찰 의혹 제기, 기획재정부 신재민 전 사무관의 적자국채 추가발행강요 주장,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한 청와대·기재부·손 의원의 해명은 전반적으로 거부감을 일으켰다. 폭로사실에 대한 정확한 대응과 해명보다는 인신공격성 발언과 ‘태생적 우월성’(DNA가 다르다)을 강조한 까닭에 반발만 커졌다.
손 의원에 대한 부동산투기의혹 초반에 민주당이 ‘별문제가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것은 진실규명을 원하는 국민여론을 무시한 것이었다. 또 탈당기자회견에 여당 원내대표가 ‘들러리 역할’을 한 것은 ‘손 의원의 배후에 권력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한, 부적절한 것이었다. 어느 사이 청와대·여당과 국민들 간에 높은 벽이 쳐져 있다는 느낌을 줬다.
손 의원과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파문에 대처하는 민주당은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교훈을 저버렸다. 손 의원은 ‘목포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진정성 있는 투자’였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선의의 투자’로만 이해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너무도 많다. 서의원의 재판청탁의혹도 매우 중차대한 문제였다. 그런데 민주당은 두 의원을 무조건 감싸고만 돌았다.
이런 시점에서 이 총리가 여권 전체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겸손해질 것을 촉구한 것은 시의 적절했다. 지금 청와대와 정부에 필요한 것은 정직과 겸손이다. 정권출범 초기 청와대와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적폐청산’은 추동력을 잃고 말았다. 이는 ‘적폐’로 규정된 일들이 자꾸 현 정부 내에서 벌어지고 있어서이다. 청와대와 여권이 초심을 회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