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사건 보도와 뉴스가치의 충돌
배미경 (더킹핀 대표/ 언론학박사)

펜은 칼보다 강하다(Calamus Gladio Fortior: 깔라무스 글라디오 포르띠오르). 언론의 영향력에 대해서 이처럼 쉽게 표현한 말도 없다. 그래서 언론보도는 그 만큼 신중해야한다.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도 그 단초는 JTBC의 테블릿 보도였다. 후속 취재와 보도로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났고, 박근혜 정권의 불공정과 무능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하는 동기를 제공했다.

요즘 세간에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15일 SBS보도로 촉발된 목포근대문화거리에 대한 부동산 투기와 직권남용 의혹이 갈수록 확대 되면서 정치권은 연일 공방을 주고받고, 여론도 갈라졌다. 부동산 투기와 권력형 비리, 직권남용이라는 비난과 선의의 투자, 적법한 의정활동 등이 맞서면서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진영 간의 대립만 격화되는 양상이다.

최초 보도를 시작한 SBS와 논란의 현장인 목포 지역 한 방송사의 보도태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SBS는 지난 15일 ‘의원님의 수상한 문화재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손혜원 당시 민주당 의원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 일대에 사들인 건물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30건이 넘는 보도를 폭풍처럼 생산하고 있다. 초기 보도의 프레임은 ‘투기’에서 국회의원의 직위 남용을 통한 ‘이해충돌’로 전환되었다. 손의원의 가족사를 둘러싼 추문들기식의 보도와 양진영간의 감정적 대립을 격화시키는 대립양상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이에 반해 목포 MBC는 SBS 보도 내용을 팩트체크하는 사실 확인 보도와 목포 지역민들의 여론에 초점을 맞췄다. ‘22군데 대 330평 진실은’, ‘무차별의혹제기 이래도 되나’, ‘손혜원 타운, 손혜원 랜드 말이 되나’, ‘시민들이 지킨 근대건축자산왜곡 말라’, ‘목포 원도심 주민들 화났다’ 등의 기획 보도로 맞서고 있다. 목포에서는 이번 사안을 ‘SBS보도사태’라고 규정하면서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낙후되고 소외되었던 지역에 찾아온 기회가 행여 차단될까 하는 우려가 크다.

뉴스 가치의 충돌 상황이다. 중앙 언론과 지역 언론이 동일 사건을 다루는 방법과 태도에 큰 차이를 냈다. 지역 언론이 지역의 이해에 최우선적 가치를 둔 보도를 하는데 반해 중앙사는 국회의원의 위법한 활동과 행보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우선하고 있다.

통상 뉴스의 가치 기준으로 시의성, 영향력, 중대성, 공공성, 특이성 등 여러 기준이 있지만, 많은 편집자들은 사회적으로 미치게 될 사안의 중대성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꼽는다.

하나의 동일사건이 사회에 미칠 영향의 중대성은 중앙의 언론과 지역의 언론 간에 달라야 하는가? 중앙과 지역 두 언론의 극명한 대립적 보도를 마주하면서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자문하게 된다.

미첼 스티븐슨이 정리한 세계 뉴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1870년대 취재 관행이 시작되고, 이후 다양한 저널리즘 기법들이 발달해왔다. 뉴스는 정보의 수집과 이를 통한 분석의 과정을 통해서 생산된다. 매체사 간의 경쟁은 보도경쟁을 이끌고, 현장취재방식, 심층취재 방식과 같은 저널리즘 기법의 고도화를 가져왔다.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언론은 고위인사들의 권력남용을 감시하는 파수견이자 적절한 탐사인으로써의 소명을 다해야한다는 신념이 일찍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초기 영미언론사의 명칭에는 ‘파수꾼(Sentinel)’, ‘조사관(Examiner)’, ‘시대(Times)’ 등으로 스스로의 역할을 규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금 주변적인 이야기로 너무 흘러가고 있는 손혜원 사건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본질은 이렇다. 손혜원 의원은 국회의원이다. 공직자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그 지위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사적이익을 추구하려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모든 공직자에게 주어진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국회의원인 공직자에게 준수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이 시각에서 파수견으로써 언론은 충분히 고위관직에 있는 공인의 권력남용의 문제를 제기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를 알고도 외면한다면 그것이 더 큰 언론의 문제다. 감시 기능의 방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BS보도 접근법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투기냐, 투자냐와 같은 틀 지우기를 언론이 먼저 하고, 과도하게 개인적인 인식 공격성 보도를 생산해 낸 부분, 보도의 균형을 맞추려는 최소한의 노력 부족으로 상대에 대한 반론권 보장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크다. 지역사회주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정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현장 취재가 있어야 했다. 나무가 아닌 전체적인 숲을 조망할 수 있는 보도의 노력이 더욱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한편으로 오히려 지역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더 큰 지역언론이 이런 중대사안을 그동안 보도하지 못했는지 스스로 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이다. 지역의 이해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 보도의 준칙을 가져야하는 것인지? 무엇이 뉴스를 뉴스답게 만드는가? 이번 사건의 보도를 보면서 지역의 언론인들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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