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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2부 3장 행주대첩과 전라도 병사들<267>

변이중 화차는 문종대에 나온 문종 화차의 취약점을 전면적으로 보완한 병기였다. 문종 화차는 곡사 화기인 신기전이나 사전 총통으로 화살을 발사하는 무기인 반면에, 변이중 화차는 승자총통(勝字銃筒)으로 철환(鐵丸)을 발사한다는 점이 크게 달랐다. 철환을 사용하는 직사 화기로서 명중률과 살상력이 높았다.

여기에다 일본군의 조총사격으로부터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호벽을 설치했다. 운용방법도 전면과 좌우측면에 승자총통을 장착해 어느 방향에서 적이 공격해오더라도 방어하여 즉각 쏠 수 있는 위력이 있었다. 화차에는 전면에 14개, 좌·우 측면에 각각 13개 등 40개의 승자총통을 장착할 수 있었다. 승자총통은 심지에 불을 붙여 탄환이 발사되는 형태로 승자총통 1개가 최대 15발의 탄환을 쏠 수 있었다. 따라서 한꺼번에 전방에 210발, 좌우 방향으로 195발 씩 모두 600발을 짧은 시간에 반복 발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었다. 전면은 물론 좌우측면도 전면과 동일하게 총통을 설치했고, 화차의 총통수를 보호하기 위해 네 방향에 방호벽을 설치했으니 아군 피해는 거의 없었다. 다만 고도의 포병 훈련이 요구되는 것이 결점이었지만 한번 쏘면 적진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위력이 있었다.


이것들을 목책 뒤에 배치하면 되는데, 벌써 왜군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조선군의 준비 부족을 알고, 3군의 구로다 나가마사 군사가 먼저 총병과 궁병을 산성으로 올려보냈다. 왜 군사는 총포를 쏘아대며 공격하는 전통적인 공성 전술을 펴고 있었다. 뒤이어 깃카와 히로이에의 5군이 화공(火攻) 전술로 외책(外柵)에 불을 질렀다. 조선군은 불타는 목책으로 저지하긴 했으나 중과부적으로 올라오는 적을 격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급해진 권율이 선거이·변이중·정충신을 불렀다.

“우리의 전력 배치가 늦는 이유가 무엇인가.”

선거이가 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공전을 펼 수 있도록 석전과 활로 응수하고 있소이다. 화차와 철환과 총탄이 하나로 모아질 때 요이땅! 하고 한꺼번에 전력을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그러면 저지가 되렸다?”

“저지가 아니라 섬멸, 격퇴하는 것이지요.”

“화차 배치 상황은?”

변이중이 나섰다.

“화차 조립은 다 완성되었소이다. 다만 화차 배치가 지체되는 것이 걱정입니다. 운반책이 부족합니다.”

“운반책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바로 동원하겠습니다.”

길삼봉이 인근 마을에서 장정·부녀자·소년 할 것없이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아래 진지에서 훈련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권율이 독촉했다.

“화급하다. 그들을 신속히 투입하라.”

정충신이 각지게 고개를 숙여 응답하고 길삼봉 진지로 달려갔다. 얼마 후 그는 백여 명의 주민을 인솔해 왔다.

“반은 각 진지로 돌을 나르고, 나머지 반은 화차를 이동시키라.”

돌 나르는 일과 화차 이동이 착착 진행되었다. 화차들은 각 목책 뒤에 숨듯이 배치되었다.

“장군, 저는 별도의 작전을 수행하겠나이다.”

정충신이 권율에게 말했다.

“다른 작전?”

“그렇습니다. 이치 웅치전에서처럼 유격전입니다. 적장 목을 따버려야 적진이 교란됩니다.”

그것 또한 길살봉과 미리 의논한 전략이었다. 유격전은 적 점령지역에 무장 요원들이 투입되어 불규칙하게 수행하는 군사활동이다.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일인즉 각별히 조심하라. 작전이 성공한다면 반은 이긴 것이다.”

“유념하겠습니다. 차질없이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정충신이 길삼봉의 군막으로 대원들을 인솔해 갔다. 그는 정예 대원을 골라 네 명씩 네개 개조로 나누었다. 정충신이 각 조원 앞에서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이것은 적장 목을 따는 임무다. 쥐도새도 모르게 접근해가 적진을 기습한다. 그러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임무를 수행하다 정 안되면 병신이라도 만들어놓고 돌아와야 한다. 갑·을조는 내가 지휘하고, 병·정조는 길삼봉 성님과 김판돌 부장이 지휘할 것이다. 우리 임무가 성공해야 전쟁을 쉽게 이끈다는 것을 명심하라.”

각 조원들이 두 주먹을 가슴에 절도있게 모아쥐고 “합!”하고 예를 취했다.

정충신은 적장을 베는 일이 결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저하고 체념하고 탄식만 해가지고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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