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명절에는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강신중(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강신중 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연말연시에 새해 달력을 받아보게 되면 가장 먼저 새해의 연휴가 언제 얼마나 되는지, 금년에는 설과 추석 명절이 언제쯤인지 살펴보게 된다. 설과 추석은 온 국민이 쇠는 전통적인 명절이자 가장 긴 연휴이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농경사회 시절의 추석이 더운 여름을 이기며 애써 일한 노고를 위로하고 한해 수확을 결산하는 날이라면, 설은 새해를 맞이하며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다짐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추석과 설이라는 명절의 기회에 가족들의 근황과 안부를 확인하며 정겨운 얼굴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일상에서 벗어나 생활에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는 휴식의 시간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명절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그리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수도 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현재 처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설을 맞아 모인 친척들은 오랜만에 만났으니 서로의 근황에 대해 궁금한 것이 당연한 것일 수 있으나 정작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별 생각없이 안부를 묻는 차원에서, 취직은 했는지, 정규직인지, 결혼 계획은 있는지, 아이는 언제쯤 가질 예정인지, 살이 좀 찐 것 아닌지, 낯빛이 별로 안좋아 보인다든지 등등 주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친지들이 있다.

이러한 불편한 질문을 보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재치있게 답변을 해주는 꿀팁이 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을 펴냈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연으로 유명한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유머러스한 도발적인 해법을 제시해 준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은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언제 결혼할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여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 아버지가 “손주라고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가족끼리 이런 말도 못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한국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한국이 어떤 정책을 집행하는지, 즉 정체성보다는 근황과 행위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돌발적인 질문은 오지랖에 가까운 간섭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이나 추석 때의 과도한 명절 가사노동은 여성들로 하여금 명절에 부담감을 줄 수도 있다. 명절이 지나고 귀성한 뒤에 아내들의 볼멘 원성이나 한숨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번 설에는 떡국으로만 차린 간단한 아침상과 그 이후의 식사는 외식으로 정해보시라. 혹여 부모님의 눈치 때문에 집에서 거창한 명절상을 차려야 된다면 설거지와 뒷정리는 남자들이 담당한다는 룰을 만들어 보시라. 주변에 양가부모님을 모시고 휴양지에서의 휴가를 보내는 가족들이 늘고 있고 명절 연휴 때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으로 공항이 북새통이 되는 현상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오랜만에 만나는 친인척으로부터 듣는 걱정 어린 잔소리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고, 연휴임에도 챙겨야 할 일과 사람이 많아지는 ‘명절노동’으로 인한 주부의 ‘명절증후군’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닐슨코리아클릭의 버즈워드(Buzz Word) 데이터(약 2,200만 개 트위터 계정에서 2015년 8월 18일부터 2017년 9월 17일까지 데이터 추출) 분석에서 가장 두드러진 단어는 ‘우리’, ‘가족’, ‘음식’, ‘세뱃돈’ 등이었다. 긍정적 연관어로는 ‘즐겁다’, ‘행복하다’. ‘드리다’, ‘맛있다’, ‘나누다’, ‘바라다’ 등이 있었고, 부정적 연관어로는 관계에 대한 단어가 많았다. ‘부모’, ‘친정’, ‘아내’, ‘이웃’, ‘강아지’ 등이 등장했고, 소통에 대한 우려와 갈등을 표현하는 단어도 있었다. ‘말’, ‘말대꾸’, ‘잔소리’, ‘만남’, ‘불통’ 등이 두드러졌고, ‘싸움’이나 ‘오지 말라’까지도 볼 수 있었다. 가족과 정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기도 하지만 관계에서 기인한 현실적 불편함과 어려움 또한 남아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은 여전히 가족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따뜻한 위안과 격려를 주고받는 뜻깊은 시간이다. 그래서 교통혼잡을 무릅쓰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으로 향한다. 이렇게 만난 명절에는 평소에 자주 보는 사이에 주고받는 뻔한 안부를 묻는 대신 가족 간의 정을 더 돈독하게 다지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전통적인 의례를 통하여 가족간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것도 소중하고, 현재를 함께하는 가족들의 오붓하고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것 역시 명절을 쇠는 의미이다. 역귀성이든 가족여행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고 또 모여서, 바쁜 현대를 살아가느라 잊고 지낸 가족의 가치를 확인하는 일은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고향과 가족이 주는 마음의 안식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하고 소중하다.

다가오는 설 연휴는 독자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행복하고 즐거움으로 가득한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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