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없는 궁전보다, 책 있는 마구간이 낫다
서대석<광주광역시 서구청장>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도서관이었고, 하버드 졸업장 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 습관이다.’ 지구촌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독서의 중요성과 유익함을 강조하는 말 일게다.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고 하지 않던가. 독서를 통해 얻은 폭넓은 지식과 경험들은 복잡한 세상살이를 버티게 하는 지혜와 행동의 원천이 된다.

꾸준한 독서가 창의력과 사고력, 표현력,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평생토록 책을 놓지 않는 이유다. 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책읽기는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영국의 루이스 박사는 책을 읽었을 때 스트레스 수준이 68% 감소하는 것을 밝혀냈다. 심장 박동수가 낮아지고, 근육의 긴장도 역시 이완되는 것을 확인했다. 독서는 또한 최고의 두뇌운동이다. 두뇌 여러 부위와 연결해 노인과 치매환자의 기억력 감퇴를 억제시킨다.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책읽기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현실은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문체부가 조사한 ‘2017년 국민독서 실태’를 보면 성인 10명중 6명 만이 1년에 1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성인의 40%가 1년 동안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이다.

도서관 이용실태를 보면 우려스럽기까지 한다. 2013년 33만 여명이었던 도서관 이용자가, 작년에는 26만 여명으로 27%나 감소한 것이다. 이런 세태를 풍자하듯 근자에는 책을 혐오하는 시대라는 뜻의 ‘책혐 시대’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다. 도서관 수, 장서량, 도서구입 예산, 국민 1인당 독서량 등 독서관련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독서지표 부동의 1위는 핀란드다. 삶의 질만큼이나 부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독서 강국 핀란드의 독서지표 1위 비결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뿐이다. 국내 많은 도서관에서 운영중인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은 핀란드에서 예전부터 진행해 온 것이다. 핀란드에는 악기나 운동기구, 카메라, 태블릿 PC와 같은 물품들을 도서관에서 빌릴수도 있다. 심지어 사우나, 노래방, 레코딩 스튜디오와 같은 편의시설들이 갖춰진 도서관들도 많다.

말 그대로 생활속 도서관이다. 우리 서구가 생활속 독서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구의 대표 도서관 상록도서관은 금년부터 밤 10시까지 종합자료실을 연장해서 운영중이다. 2015년 개관한 상록도서관은 하루 평균 이용객만 3백 여명에 달한다. 어린이들에게는 독서와 학습공간이자, 어른들에게는 평생학습 장으로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던 터라, 직장인들이나 밤 늦게 하교하는 학생들은 주말에나 겨우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처럼 평일 낮 시간대 도서관을 이용하기 힘든 주민들을 위해 금년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열게 된 것이다. 평일에도 퇴근길 직장인과 방과 후 중고생들의 발걸음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7월쯤에는 상무지구 운천 호수공원에 스마트 도서관도 선보일 예정이다. 무인대출·반납시스템이 설치된 스마트 도서관은 24시간 예약 대출 및 상호대차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나 인근 주민들은 스마트 도서관에서 아무 때나 편리하게 책을 빌려 볼 수 있다. 벚꽃잎 흩날리는 봄날, 호숫가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망중한을 즐기며 한가로이 책 읽는 모습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이 뿐만 아니다. 북스타트 사업, 어르신 자서전 제작, 시낭송 음악회, 책 축제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나갈 생각이다. 다문화가족 등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책배달 서비스도 확대하게 된다. 독서 동아리에 대한 지원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누구나가 타인의 언어가 아닌, 나만의 언어와 생각으로 살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평생토록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책 없는 궁전에 사는 것보다, 책 있는 마구간에 사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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