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새만금공항 예타통과… 무안공항 운명은
하나‘권역’에 두 개 ‘하늘길’… 공멸 우려감 고조
적자경영 ‘여전’국제공항 또 건립 경제적 타당성 ‘제로’
지역 특성상 노선 겹치기 불가피… 예타 남발 목소리도
광주민간공항 이전 호기 ‘찬물’이용객 유치 경쟁 불보 듯

최근 새만금 신공항 건립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결정되면서 무안공항 활성화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무안공항 전경. /남도일보 DB

지난해 개항 이후 한 해 첫 5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힘찬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무안공항. 노선 다변화와 인프라 개선으로 ‘호항’을 기대했던 무안공항이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가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결정했다. 무안국제공항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은 공주 등 충남 일부지역과 호남권 이용객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는데 두 공항의 거리가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로 가깝고 지역 특성상 비행기 노선도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복투자로 인해 두 공항이 모두 수요부족에 시달리며 ‘공멸’ 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만금공항 예상 조감도.

◇인구 500만 호남에 공항만 5개

전북의 새만금 국제공항 건립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인구 500만 호남에 공항만 5개가 됐다.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공항 8개와 국내공항 7개 등 모두 15개 공항(성남 등 군용공항 제외)이 있다.

인구 500만명인 호남(광주, 전남·북)에만 공항 4개(광주, 무안, 여수, 군산 등)가 있다. 이번 새만금 국제공항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탓에 5개(군산공항과 통합되기 전)가 되는 셈이다. 1천300만명이 사는 영남(경북, 대구, 경남, 부산, 울산)에도 5개(대구, 김해, 울산, 사천, 포항) 공항이 있다. 인구 155만명인 강원도엔 양양국제공항과 원주공항 2개가 있다.

이들 대부분 공항은 적자를 면치 못한다. 입지나 경제성을 따지지 않은 탓이다.

실제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광주와 여수, 무안 등 10개의 공항이 적자경영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2017년 기준 무안공항 적자액이 139억900만원으로 전국 공항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수원 병)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지방 공항별 당기순이익’ 자료에 따르면 김해·제주·대구 공항을 제외한 광주·여수·무안·울산·청주·양양·사천·포항·군산·원주 공항이 최근 5년간 심각한 적자경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기준 흑자를 본 공항은 단 4곳으로, 김포·김해·제주·대구공항이 이에 해당된다.

광주·여수·무안·울산·양양·사천·포항·군산·원주 공항은 5년 내내 적자일 뿐만 아니라 모두 2013년 대비 2017년의 적자 규모도 더욱 커져 경영악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광주공항은 27억4천500만원, 여수공항은 128억2천5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정부의 새만금 국제공항 예타통과로 호남권에 2개의 국제공항이 운영되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는 두 공항의 수요가 겹치기 때문이다. 자칫 새만금 신공항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는 데다 무안공항마저 함께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고용 참사와 경기 침체로 위기에 몰린 정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예타 면제를 남발한다는 볼멘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예견된 ‘공멸’ 위기

전북 새만금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중복투자라는 지적은 이미 예견됐었다. 1시간 거리에 이미 운영되고 있는 전남 무안국제공항과 이용권역이 겹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해 광주전남연구원 조상필 선임연구위원과 양철수·신동훈 책임연구위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새만금신공항 추진에 따른 문안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새만금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새만금신공항의 항공수요 조사결과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해 2025년 기준 67만명, 2055년에는 133만명의 수요가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전북 지역에는 현재 군산공항이 운영중이다. 군산공항은 1992년 군 공항에 여객 청사를 지어 연간 44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개항됐다. 제주와 김포 노선이 있는 군산공항의 연간 이용객은 45만7천명에 이르기도 했다.

새만금 신공항은 전남 무안에 있는 무안국제공항과 자동차로 1시간여 거리에 불과하다. 현재도 무안 국제공항 이용객중 상당수는 전북지역 주민들이다. 서해안에 인접한 입지 여건도 비슷히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서남권 거점 공항으로 건립된 무안공항 인근에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서면 정부의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전국을 4개 권역(중부·동남·서남·제주)으로 구분해 각 권역 내에 거점공항과 일반공항을 두는 계획을 세웠다.

거점공항은 권역의 국내서 수요및 중단거리 국제선 수요를 처리한다. 일반공항은 주변지역의 국내선 수요 위주로 처리한다. 서남권의 거점 공항은 무안공항이다. 동남권은 대구와 김해, 정부권은 김포와 청주가 거점공항 이다.

연구위원들은 “서남권에 무안과 새만금 신공항이 함께 있으면 이용권역이 중복돼 공항의 기능 배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새만금 신공항이 개항하면 전북 일부 지역은 무안공항 영향권에서 이탈하고 이용객 유치에 따른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안국제공항이 국제선 사상 처음으로 연간 이용객 5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3일 전라남도 무안군 망운면의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이용객 50만명 돌파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제공

◇‘반쪽짜리 공항’긴장감 고조

오는 2021년 광주공항이 무안공항으로 이전하고, 무안공항의 활주로가 연장되면 유럽·미주 노선의 항공기도 이·착륙할 수 있게 된다. 또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인 탓에 중국 관광객이 무안공항을 이용하는 등 공항 활성화의 여러 호재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호남고속철도 무안공항 경유 노선이 확정되면서 익산에서 무안공항 간 소요시간도 40분대면 가능해진다.

하지만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확정되면서 당장 불똥이 인접한 무안공항으로 튀게 됐다.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두 공항의 이용객과 항공 노선이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이 때문에 국토 서남권 2개 국제공항이란 중복투자, 정부의 선심성 공항정책 등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무안공항의 ‘반쪽짜리 공항’ 전락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결정에 전남지역 주민들의 상실감도 커지고 있다.

김원중 무안군의원은 “지금 계속해서 무안공항이 활성화되고 국내 허브공항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새만금에 또 다시 공항을 만든다고 해서 무안지역 주민들이 실망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가 잘 진행되고 있고 선점 효과로 인해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남도 관계자는 “새만금공항 건설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경우 8∼9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무안국제공항이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선점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무안국제공항이 50만명 이상 이용객 유치에 10년 이상 걸린 것으로 보아 새만금공항도 활성화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도는 새만금 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5㎞로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수요발생 등의 여건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부지를 검토하고 있는데, 새만금 개발계획 상 부지가 가장 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서부취재본부/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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