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광양제철소 수재슬래그 침출수 분석결과 왜 은폐하나?
잔남보건환경연구원 성분분석 통보 받고도 “안 받았다”
수재슬래그 30년 불법 생산시설 적발하고도 고발 미뤄
침출수 신뢰성 의문에 광양제철소와 유착의혹마저 일어

광양시가 포스코 광양제철소 수재슬래그의 운송 트럭에서 유출된 침출수를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성분분석 결과를 통보 받아 놓고도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해 은폐의혹이 일고 있다.

또한 지난 30여 년 동안 불법으로 운영해 온 광양제철소 수재슬래그 생산시설을 적발하고도 고발을 미루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인 이상열(55)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5시께 광양시 태인동 태인1교 인근에서 광양제철소 수재슬래그 운송차량에서 침출수가 일반 도로변에 불법 유출되고 있는 현장을 적발해 112에 신고한데 이어 오전 9시께 광양시 환경과에도 전화를 해 침출수 유출을 신고했다.

이에 따라 광양시는 당일 광양제철소에 통보를 하고 30일 침출수를 채취해 그 다음날인 31일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시의 침출수 채수는 이상열씨가 29일 광양경찰에 신고해 경찰관과 함께 채수하는 등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이뤄진 조치여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환경단체들도 광양제철소에 사전에 통보한 뒷북조사라는 점에서 “면피성 결과를 안겨줄 가능이 있다”며 조사에 불신감을 드러냈었다.

지난 7일 본보의 취재 당시 광양시 환경과 서경철 과장은 “설 연휴로 인해 11일이나 12일께 성분 분석 결과가 오면 그 결과 등을 보고 물 환경법을 적용할 것인가 폐기물관리법을 적용할 것인가 내부 검토를 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서 과장은 이어 11일 오후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샘플을 채취하고 성분분석을 의뢰한 뒤 결과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8일 오전 9시께 광양시 환경과에서 이미 성분분석 결과를 문서로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보건환경연구원이 성분분석 결과를 통보했는데도 불구하고 광양시가 “11일 현재까지도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며 뻔 한 거짓말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양시의회는 지난달 17일 열린 임시회에서 백성호 의원이 “포항제철소 처럼 광양제철소가 물이 제대로 빠지지도 않은 수재슬래그를 외부로 반출하면서 상당히 침출수를 유출시키고있다는 사실 잘 알고 계시죠”라고 질의했다. 이에 서경철 과장은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가 다른 점은 광양은 운송 도중에 침출수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고 거짓답변을 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포항시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재활용 기준 등을 준수해 적합하게 가공한 입자상 또는 분말상의 수재슬래그는 재활용 제품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특히 “ ‘입자상 또는 분말상으로 만드는 경우’로 정하고 있으므로 외부로 유출될 정도의 수분을 함유한 수재슬래그는 재활용이 완료된 상태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서 과장은 “제철소에서 탈수 과정에서 탈수가 미비한 것으로 판단하지 그것이 제품이 아니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환경부와 다른 주장을 고집하고 있어 광양제철소와 유착의혹마저 일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29일 포항제철소에서도 농도 12pH(양잿물 14pH)의 강한 알카리성을 띈 수재슬래그 침출수가 운송차량에서 유출돼 토양의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 사실이 적발돼 경찰에 수사 의뢰된 상태다.

이처럼 3개월 동안 포항제철소에서 환경이슈가 돼 일부 언론에 이미 보도된 사안인데도 광양시는 광양제철소의 하루 슬래그 생산량이 2만2천여 톤에 달하고 이 슬래그에 물을 부어 수재슬래그로 만들어 태인산단의 대형 고로시멘트 회사 등에 판매해온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광양시는 ‘수재슬래그는 재활용제품’이라는 포스코의 일방적인 주장만 받아들여 단 한 번도 환경부에 폐기물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하지 않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했다.

한마디로 민간인의 의혹 제보가 있기 전까지 30여 년 동안 ‘봐주기 식’ 관리로 광양제철소의 폐기물 불법 반출에 눈을 감으면서 주민들의 건강은 뒷전이었다.동부취재본부/박준일·윤종채·최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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