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폭탄 돌리기 놀이’ 끝내야 ……
형광석(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던 ‘폭탄 돌리기 놀이’가 우리나라 현 상황을 이해하는 방편의 하나이겠다는 생각이 스쳐 간다. 폭탄의 대용은 풍선이다. 풍선은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빵 터진다. 시한폭탄이다. 놀이의 참가자는 그 일정한 시간이 얼마인지 모른다. 똑같은 간격으로 앉은 놀이의 참가자는 풍선을 받아들자마자 주어진 임무를 마무리한 후 재빨리 바로 옆의 참가자에게 전달한다. 각 참가자의 임무 수행역량은 서로 같지 않다. 풍선이 어느 참가자에게서 터질지 예상하지 못한다.

‘1987년 체제’ 이후 ‘폭탄 돌리기 놀이’의 참가자를 대통령으로 보면, 그 참가자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이다. 앞의 대통령 네 분은 당시의 과제를 인식하고 각각 내용과 정도는 다르더라도 개혁을 시도했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군대 내 하나회 해체, 김대중 대통령의 외환위기 극복, 정보 고속도로, IT·벤처기업,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대한민국의 전시작전권 전환 일정 합의, 국가균형발전정책 등은 볼 만한 정책이다. 좋게 보면, ‘폭탄 돌리기 놀이’는 폭탄에 재진 화약을 줄이면서 순차적으로 후임자에게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국내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불 시대, 세계 7위권의 선진대국),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4대강 사업, ‘비핵·개방 3000’ 대북정책,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 국정농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대북정책 등은 개혁은 커녕 온 사회를 갈기갈기 조각냈다. 우리나라는 국토와 민심에 커다란 금이 생긴 균열사회(The Fissured Society)로 변했다. 대다수 국민은 각자 알아서 살아가야 했다. ‘헬조선’(한국은 지옥)이라는 말이 풍미했다. 비유하자면, 총포에 재는 화약이 많아진 정황이다. ‘폭탄 돌리기 놀이’에서 폭탄의 폭발성이 점점 더 커졌다.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동시다발적인 강력한 폭탄을 전달받은 셈이다.

그때그때 문제가 생기는 족족 조금씩 바꿔왔다면, 노동현장과 삶터의 목소리가 법으로 만들어지고 그 법이 현실에서 엄히 시행됐다면, 거의 날마다 ‘산업재해 폭탄’으로 청년과 가장이 세상 소풍을 마쳤다는 뉴스를 지금처럼 보지는 않았을 거다.

설 명절이 포함된 최근 3개월간 노동현장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은 지난해 12월 11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지난 1일 가천대길병원 당직실에서 숨진 2년 차 전공의 A씨, 지난 4일 설 연휴 근무 중 자신의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등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김용균 씨의 사고는 하청 비정규노동이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보여줬다. 두 의사의 죽음은 과중한 의료노동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경제발전에 걸맞게 점진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해오지 못한 탓이 크다.

언론보도를 보니, 지난 8일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이종명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했고,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축사를 했다. 그 당 원내대표는 10일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희생자들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 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영령과 희생자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고 분노하는지를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인식의 표현이다. 전제조건을 단 유감 표명은 사실상 허위이고 거짓이다. 이는 그러한 망언과 주장에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세력이 폭발하는 징후가 아닐까.

불편한 표현이다. 터질 바에 지금 확 터져라. 그래야 해결 의지가 불끈 생긴다. 한때 그 누가 자주 말했던 발본색원, 즉 뿌리는 뽑고 샘구멍은 콘크리트로 발라버리고, 이제 ‘폭탄 돌리기 놀이’를 끝낼 기반을 다질 때이다. 문재인 정부, 제20대 국회, 사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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