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눈이 그리운 겨울
김재영(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미세먼지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갖가지 대책에 골몰하는 듯하다.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기상청에서는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실험을 최근 실시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비를 형성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구름이 있어야 하는 대기 여건뿐만 아니라 강수과정의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인해 인공적으로 눈이나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지속적인 실험과정을 통한 기술축적이 이루어지면 인공강우도 아주 먼 미래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론적으로 100만개의 구름입자가 모여 한 개의 빗방울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찬 공기가 있는 대기 상층으로 올라가 응축되어 구름으로 변하고 이 구름들이 급격히 많아지게 되면 영하의 환경에서 얼음형태로 성장하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면 땅에 떨어지게 된다. 이때 지상의 온도가 낮으면 눈의 형태로, 지상의 온도가 높으면 비의 형태로 내린다.

만약 지면이 매우 가열되거나 상층의 찬 공기로 인해 상하층의 기온차가 매우 클 경우에는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는데 이 기류로 인해 얼음형태인 빙정들이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구름층에 머물면서 점점 커지게 된다. 매우 커진 빙정들은 상승기류를 이겨낼 정도의 무게가 되면 결국 낙하하게 되는데 지상까지 얼음의 형태를 유지하며 우박으로 떨어지게 된다. 겨울철에는 강한 상승기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지면 가열이 이루어지지 못해 우박으로 인한 피해는 드물지만 물기를 듬뿍 머금은 겨울철의 많은 습설은 비닐하우스나 약한 지붕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1㎝의 적설은 1㎜의 비의 양이 온 것으로 간주되는데 습설은 이보다 훨씬 적은 적설에도 1㎜ 강우량에 이른다. 습설은 지상 부근의 기온이 그리 낮지 않을 경우에 상층에서 내려오는 눈이 약하게 녹는 듯하면서 서로 달라붙어 커진 상태로 내리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함박눈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함박눈이 내릴 때에는 춥지 않고 푸근한 느낌이 든다. 서울에 비해 눈이 자주 오는 광주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습설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함박눈이 겨울철 앙상한 나뭇가지에 내리면 습기로 인해 잘 떨어지지 않고 소복이 쌓이면서 멋진 겨울 풍경을 연출해낸다.

화석연료 소비로 인해 중국에서 넘어오는 것까지 더해져 겨울철에 더 심해지는 미세먼지를 가라앉게 만드는 자연적 묘책은 눈이다. 눈은 겨울철 미세먼지 감소 뿐만 아니라 봄을 준비하고 있는 지면의 식물들에게 수분을 제공하는 소중한 역할을 한다. 올 겨울 주말에 함박눈이 내리면 담양 메타세쿼이아의 설(雪)풍경을 즐기려 준비하고 있지만 대기가 받쳐주지 않으니 그저 대기 중일 뿐이다. 이번 겨울처럼 눈이 그리운 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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