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이 조화로운 광주 북구
문 인 광주광역시 북구청장

2018년을 뜨겁게 달군 신조어 중 하나가 바로 ‘워라밸’이다. 높아져 가는 청년 실업률, 길어지는 경기 침체 등 어깨를 무겁게 하는 현실 속에서도 워라밸은 단연 세간의 주요 관심사였다. 워라밸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의미하는(‘Work-life balance’)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잦은 야근, 퇴근 후 SNS 업무 지시 등으로 개인적 삶이 실종된 직장인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에 환호했다. 급기야 워라밸은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새해 출발부터 과로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면서 올해에도 정당한 권리나 여유를 찾기 위한 직장인들의 외침이 이어질 것은 뻔하다.

최근 20년 가까이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제 구축에 힘써왔던 국립중앙의료원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 센터장이 지난 설 연휴 사무실에서 숨졌다.

그런가 하면 설 연휴 하루 전 날에는 인천 한 병원에서 30대 전공의가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다가 당직실에서 숨지는 일도 있었다. 환자들의 건강을 돌보느라 정작 본인의 건강은 챙기지 못한 것이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과 함께 장시간 근로국가 오명을 썼던 우리나라의 1인당 근로시간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0시간 아래로 떨어졌다.

2012년 2천92시간, 2016년 2천52시간에서 점차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OECD 평균(2017년 기준 1천759시간)보다 많으며, 생산성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소득 없이 일만 많이 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호소하고 있다. 일하는 문화개선, 유연근무제·시간선택제 도입 등 워라밸 확산에 적극 나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맞춰 우리 광주 북구는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신바람 나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우선 근무시간 내에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눈치 보는 야근 문화를 줄여가고 있다. 상사들의 퇴근 후 문자, 카톡 등 SNS를 금지하고 매주 금요일 18시에는 청사 내에 ‘가족 노래’를 내보내 정시 퇴근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이 업무를 떠나 재충전할 수 있도록 4계절 휴가 제도를 도입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든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 자녀들의 방학 기간을 이용해 가족캠프를 운영,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스키캠프를 열어 초중고 자녀를 둔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보고서 작성 최소화하기, 간결하게 회의하기 등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면서 정부의 근무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구청장인 저부터 대면 결재를 최소화하고, 불요불급한 일은 서면으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작은 변화에서 큰 만족을 느끼는 직원들을 보면서 보람을 찾는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전제 조건은 구성원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서로 배려하며 실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특히 저를 포함한 간부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일과 가정 또는 일과 여가활동 등을 균형 있게 하는 것이 생산성도 높이고 개인의 생활도 행복하게 만든다는 건 그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직장과 가정,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만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보다 사려 깊고 균형 잡힌 시간 안배와 배려가 필요하다. 새로운 변화는 우선 불편할지 몰라도 우리 스스로가 먼저 실천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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